미래통합당이 총선 참패 후 당을 수습하고 재건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묻는 당선자총회에서 초선 의원들만 앞에 내세워 마치 ‘신고식’을 시켜 눈총을 사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같이 당선된 신분과 동등한 헌법기관인데도 불구하고 초선의원들만 나가 각오를 밝히는 인사를 하고 재선과 3선 의원들은 앉아 이 같은 신고식을 들었다. 참석한 한 중진 의원은 “재선, 3선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인사시켰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과거 새보수당과 합친 후 첫 의원총회에서도 새보수당 의원들만 앞세워 인사시켜 반발을 산 바 있다.
28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통합당 당선자총회는 국민의례를 마치고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의 모두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심 권한대행의 발언이 끝나자 시도별 초선 당선자들이 앞으로 대거 나갔다.
서울지역 초선 당선자들은 물론 부산, 대구, 인천, 울산, 경기, 경남, 강원, 충북, 경북, 경남 등 초선 의원들이 모두 나가 이른바 신고식을 했다. 초선 당선자들은 앞으로 나와 이름과 지역구, 각오 등을 밝혔다. 이들은 모두 “열심히 하겠다”, “선배들께 배울 기회에 감개무량하다”, “가르침을 부탁한다”, “선배님들을 잘 모시겠다”고 밝혔다. 한 초선 의원은 ‘선배님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당선자신분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재선, 3선을 한 이른바 고참 의원들은 앞에 나가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오른 한 의원에게 기자들이 초선만 인사를 시킨 이유를 묻자 “초선들이기 때문에…”라며 “재선과 3선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초선들만 인사시켰다”고 해명했다. 당선자총회의 시간이 길어질 우려에 초선들만 소개했다는 설명이다. “동등한 헌법기관인데 상호 간 인사가 아닌 초선만 인사하는 것은 찍어준 지역구민들에게 적절하냐”는 질문에 “여러분만 안 내면 지역구민들이 안 본다”며 “내부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통합당 당선자총회는 1987년 이후 선거에서 최대 참패를 한 통합당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 2008년 총선 이후에는 5월 23일, 2012년 5월 10일, 2016년 5월 3일에 각각 열린 당선자총회는 이번에 4월에 열렸다. 그만큼 당의 상황을 서둘러 수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선자 총회는 시작과 함께 ‘초선 의원 신고식’을 하면서 비판을 샀다.
통합당은 보수진영 통합을 하고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지난 2월 18일 통합 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보수당과 전진당을 이끌고 통합당과 합친 인사들을 대거 단상 앞으로 세워 인사를 시키면서다. 당시 통합당은 이들의 자리까지 지정해두고 인사를 시킬 준비를 해다. 이에 5선 정병국 의원은 “우리는 하나가 된 것이다. 따로가 아니지 않느냐”며 “왜 자리를 따로 만들어놓고 왜 우리가 나와서 인사를 해야 하느냐. 인사를 하려면 여러분도 인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15일 총선에서 참패하고 당일 사퇴한 황교안 전 대표는 “통합당은 수년간의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고 산고 끝에 늦게나마 통합을 이뤘다”면서 “그러나 화학적 결합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국민께 만족스럽게 해드리질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