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그냥 굿 캐스팅이다. 진짜 절묘한 캐스팅이 제 빛을 발했다.
27일 첫 방송된 SBS ‘굿캐스팅’이 초장부터 분위기를 확실하게 띄웠다. 날 잡고 달려든 언니들 눈빛에 경쟁작들 모두 후두두두두…. 시청률 차이만 최소 3배 가까이 벌어졌다.
먹고살기 위해 현장에 다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세 국정원 요원의 과거와 오늘은 비록 개연성은 떨어질지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에 시원시원한 액션과 천연덕스러운 배우들의 매력까지 아주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야기의 뼈대는 구태의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미녀삼총사’ 콘셉트. 무조건적으로 센 언니, 강한 전사가 아닌 ‘또라이, 아줌마, 엄마’로 주인공들을 설정하면서 ‘먹고살기 위해’가 묘하게 엮여 들어간다. 분명히 말이 안되는 설정인데 “거 먹고 살려면 어쩔수 없는거여”라며 그냥 스리슬쩍 그러려니 넘어가게 된다.
한때 날고 기던 전설의 요원이었던 여자, 에이스 요원으로 국립묘지에 묻히는 게 꿈이었지만 영수증 붙이고 있는 여자, 자식을 위해 현장보다는 지원 업무에만 자원해온 여자. 권총보다 시장바구니, 고공활강보다 등짝스매싱이 어울리는 여자가 가족을 구하고, 국민들을 구하고, 얼렁뚱땅 나라까지 구한다는 이야기는 최근 불륜과 학교폭력에 주목해 온 시청자들에게 유일하게 숨통을 틔워주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의 첩보·수사·사기를 그린 작품들은 두 가지 형태로 구성돼왔다. 몇편마다 에피소드를 끊어 더 큰, 더더 큰 악당을 물리치는 ‘나쁜 녀석들’과 ‘38사기동대’와 같은 스타일, 온갖 계략과 요리조리 얄미운 입담으로 악당을 골려주고 놀려주다 뒤통수 한방 세게 때리는 ‘김과장’ 스타일. ‘굿 캐스팅’의 인물관계에 따르면 ‘김과장’과 비슷한 흐름으로 세 요원이 잠입 후 벌어지는 요절복통 에피소드가 전반부에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처음 등장한 ‘작전’ 만큼은 기대 이하였다. 첩보극이라기에는 나사가 한 3개쯤 빠져버린 듯 당혹스러웠다. 국정원 요원들이 배 위에서 시한폭탄을 보고도 상대방에게 총격만 가하다 몰살되거나, 블랙요원이 현장에서 들키고 증거도 뺏기고 대신 죽고, 정예요원 넷이 당했는데 현직에서 물러나다시피 한 세 여성 요원이 선발되는 과정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첩보극은 주로 4가지 요소가 알맞게 얽혀있어야 빛을 발한다. 이야기의 흐름이 논리적이어야 하고, 상황이 긴박해야 하며, 주인공은 강력해야 하고, 에피소드의 끝은 통쾌해야 한다. 이중 하나라도 어색하면 ‘왜’를 설명하지 못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결국 재미가 없다.
홈페이지 인물 설명에 따르면 앞으로 세 주인공은 자기 회사 아닌 회사 직원으로 위장해 본격적인 첩보전에 돌입한다. 예고편만 봐도 이 회사에서 쉽게 나오긴 틀린 것 같다. 굿 캐스팅인건 확실하고, 시청률도 좋고, 지금까진 다 좋다. 과연 시즌2를 예고하며 걸크러시 첩보 추리극의 신화를 쓰며 끝까지 ‘굿굿굿’을 외칠거냐, 반짝 하고 마느냐.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