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지 하루만인 11일 미국 국무부는 남북 협력은 비핵화에 대한 진전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협력 사업 추진이 북미 대화에 앞서 가면 안 된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 한 것으로 문 대통령이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경우 한미동맹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전날 밝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과 관련 “미국은 남북 간 협력을 지지하며, 남북 간 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에 대한 진전과 발맞춰 진행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우리의 한국 동맹과 함께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 후 북미 대화가 좀처럼 진전이 없는 상황이지만 당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제가 거듭 제안하는 것은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은 찾아서 해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미간 협상 교착을 풀기 위해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당초 기대와 달리 여전히 부진하고 언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미국의 정치 일정을 보면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비핵화 협상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선을 최우선 순위에 둔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성과는 정치적 호재인 만큼 남북미가 극적인 진전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우호 관계를 과시하며 등 북미대화 재개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미 국무부도 ‘균형잡힌 합의’를 강조하면서도 ‘유연한 접근법’을 재차 거론해 주목된다.
실제 존 랫클리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가 지난 5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나는 제재 완화의 대가로 그들(북한)의 핵무기들에 대해 어느 정도 양보가 있을 수도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 부분도 관심을 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7일 언론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을 누가 이끌든 목표는 비핵화이며 비핵화가 이뤄졌다는 것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에 비핵화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 위반에 저촉되지 않는 방역협력을 통해 남북교류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찾아내서 해나가야 한다”며 남북 방역협력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도 저촉이 안되고, 남북 국민 모두의 보건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우선 추진할 만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한 “남북 간에도, 북미 간에도 소통이 원활한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소통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며 “그 소통을 통해 남북 간에도, 북미 간에도 서로에 대한 신뢰와 대화의 의지를 지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매체는 이날 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남측의 신북방정책 구상을 향해 십중포화를 퍼부었다.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메아리는 이날 ‘불순한 속내가 깔린 신북방정책’이라는 제목의 시사해설에서 남한 당국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북방 지역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신북방정책은 외세의 힘을 빌려 체제통일 망상을 실현하고자 노태우 역도가 발광적으로 추진하던 북방정책의 재판이며 반공화국 압살공조의 확대강화를 노린 대결정책의 변종”이라면서 “간판이나 바꾸고 미사여구로 도배질한다고 해서 사대 매국적 성격과 대결적 본질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관은 남조선 당국이 신북방정책으로 동족을 반대하는 불순한 기도를 실현하는 것과 함께 대외적 고립에서 벗어나 보려고 획책하는 것”이라면서 남측이 ‘상전’인 미국 눈 밖에 나면서까지 주변국과 거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