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할머니들에게 후원금의 41%를 지급했다고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했지만 불투명한 회계처리에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의혹을 해명하는 자리에서 설명을 요구하는 언론과 고성을 주고 받는 등 마찰이 커져 상처만 남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정의연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인권재단사람’에서 기부금 유용 의혹 해소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의연이 성금·기금을 받아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 ‘성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기자회견의 주된 내용도 논란이 된 기부금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의연의 주장은 사용처가 지정된 ‘목적기금 기부금’을 제외하고 최근 3년 동안 일반 기부수입으로 받은 22억1,900만원 중 41%인 9억1,100만원을 할머니들에게 직접 줬다는 것이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피해자 지원사업은 후원금을 모아 할머니들께 전달하는 사업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할머니들에게 전달한 돈 이외의 다른 금액은 직접지원이 아닌 인권·명예회복을 위한 예산 등 다양한 간접지원 방식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부금 수혜인원 오류 등 정의연이 회계처리에서의 잘못을 인정한 점도 있어 해명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 정의연은 국세청 회계 공시자료에서 지출내역 중 수혜자 규모를 ‘99명’ ‘999명’ ‘9,999명’ 등 구체적이지 않은 숫자로 기술했는데 이에 대해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사무총장은 “부족한 인력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내부 회계와 건수를 나누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기부금 수혜인원이 몇 명인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에서는 설명을 해달라는 언론과 부정확한 보도를 하지 말라고 항의하는 정의연 사이에 언쟁이 불붙었다. 먼저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이 언론에 대해 “여러분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책 한 권, 증언집 한 줄을 안 읽고 피해자와 활동가, 시민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반성하시길 바란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 기자가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조성한 ‘김복동 장학금’이 활동가들 자녀들에게 간다는 의혹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고 묻자 정의연 관계자가 “당시 모든 언론이 김복동 할머니의 뜻을 받들었다고 보도를 해놓고는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하느냐”며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다음에는 한 언론사가 현재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신분인 윤미향 전 이사장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설전이 최고조에 치달았다. 윤 전 이사장의 딸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피아노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데 윤 전 이사장 부부 월급으로 유학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혹을 물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전 이사장의 연봉을 기자가 질문하자 정의연 관계자는 “그것은 지금 이 기자회견의 본질과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이라면서 “위안부를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개인의 금액에 대해서 우리가 왜 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이날 회견에서 제대로 해명되지 않은 내용도 있다. 앞서 이 할머니는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10억엔이 일본에서 들어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상희 정의연 이사는 “윤 전 대표가 (외교부에) 어떤 연락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현장에서 공유했던 것은 언론 내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정의연과 할머니들은 한일 합의 발표날에서야 관련 사실을 알았지만 윤 당선자도 같은 상황이었는지는 모른다는 의미다. 위안부 합의에 따른 일본 정부 지원금을 윤 당선자가 사전에 파악해 할머니들이 수령하지 않도록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나름의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 사무총장은 “윤 전 대표는 굉장히 적은 인건비로 활동을 30년간 지속하며 개인적으로 받은 강연비도 정의연에 기부한 사람”이라며 윤 당선자를 적극 변호했다. /이경운·김태영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