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지시로 정 교수 딸의 계좌에 150만원이 넘는 ‘허위 인건비’를 송금했다는 동양대 졸업생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동양대 영어과 졸업생 A씨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A씨는 정 교수의 320만원 허위보조금 수령 관련 의혹 심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교수는 경북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연구비로 지난 2013년 영어영재교육 프로그램과 교재를 개발하면서, 이에 참여하지 않은 A씨와 딸 조모(29)씨를 ‘보조연구원’으로 설정하고 이들 앞으로 수당을 청구한 혐의를 받는다. 평소 정 교수와 친분이 있던 A씨는 정 교수의 요청에 따라 입금된 수당 153만원을 조씨 계좌로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A씨는 자신과 조씨 모두 보조연구원으로 일한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당을 받았으며, 받은 수당을 전부 조씨 계좌로 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정 교수의 보조연구원으로 근무한 적이나 보조연구원으로 일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동양대에서 조씨를 본 적도, 직원이나 조교로부터 조씨가 보조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어 A씨는 “(정 교수가) 조씨 계좌를 알려주고, 그 계좌로 입금받았던 153만원을 그대로 송금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A씨는 정 교수에게서 명확한 송금 이유도 듣지 못한 채 조씨 계좌로 153만원을 보냈다고 했다.
검찰은 이처럼 정 교수가 보조연구원 목록에 A씨의 이름을 허위로 올리고 약 320만원의 인건비를 딸의 계좌로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앞서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는 ‘A씨에게 보조연구원 일을 배당했는데 A씨가 개인 사정으로 일을 안 했다’ ‘A씨가 돈을 받은 뒤 “내가 일하지도 않았는데 돈을 받기 미안하고 보조는 조씨가 전부 했으니 조씨가 받아야 맞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이날 법정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정 교수가 원래 A씨를 보조연구원으로 삼으려 했으나 당시 A씨가 바빴고, 집필 교재 안내서의 집필진을 급히 바꾸면서 A씨에게 돈 돌려달라고 한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이에 관해서도 A씨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조씨가 과거 서울대 학술대회에 참석했다는 서울대 직원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조씨는 참석하지 않았다’는 조씨 고교 동창의 앞선 증언과 반대되는 내용이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김모씨는 이날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09년5월15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개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국제학술대회 세미나에서 외국어고 학생 3∼4명에게 행사 안내 등 도움을 받았으며, 그 중에는 조씨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세미나 당시에는 조 전 장관의 딸이라는 것은 몰랐는데, 행사를 마친 뒤 식사 자리에서 조씨가 이름을 밝히며 자기소개를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씨는 당시 세미나 장면을 찍은 영상 속 여성이 조씨가 맞다고도 했다.
이러한 김씨의 증언은 조씨의 한영외고 동창이자 장영표 단국대 교수의 아들인 장모씨가 지난 7일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에 정면 배치된다. 당시 장씨는 동영상 속 여학생의 모습은 조씨의 얼굴과 다르고, 한영외고 학생 중 세미나에 참석한 것은 자신뿐이라고 증언했다.
장씨 증인 신문 당시 검찰은 학술대회 세미나 동영상을 재생하며 “당일 조씨를 본 적 있냐”고 물었고, 이에 장씨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는 학술대회 휴식 시간에도 조씨를 포함한 다른 한영외고 학생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학술대회 세미나에 대해 “홀의 규모가 크지 않고 참석자가 2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영외고 학생이 참석했다면 증인은 그 사실을 모를 수 없었던 거냐”고 묻자 장씨는 “네”라고 대답했다. 이날 법정에서 김씨는 “제 기억이 맞다”고 이같은 장씨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씨가 학술대회에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정 교수가 ‘스펙’을 만들어주기 위해 ‘학술대회에 인턴으로 참여했다’는 내용의 허위 확인서를 한영외고에 제출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김씨는 해당 확인서도 자신이 직접 직인을 찍어 발급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