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1·4분기 실적이 8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증권사 실적 1위를 기록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약 11년3개월 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으며 키움증권(039490)도 순이익이 95% 넘게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금융상품 관련 평가손실이 대거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투는 올해 1·4분기(연결 기준) 당기순손실 1,33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고 15일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이 분기 기준 순손실을 낸 것은 지난 2008년 4·4분기 이후 45분기 만이다. 코로나19로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뿐 아니라 해외펀드에서도 평가 손실이 났다는 설명이다. 한투는 지난해 총 7,09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둬들였다.
삼성증권(016360)도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87% 감소하며 1,171억원에서 15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헤지 비용이 늘어난데다 운용·금융수지 부문에서 740억원의 적자가 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영업이익은 220억원으로 83.1% 줄었다. 키움증권 역시 1·4분기 순이익이 95.78%나 감소한 67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증권사 중에서는 그나마 대신증권(003540)의 당기순이익이 늘어났다. 대신증권의 1·4분기 당기순이익은 4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4.2% 증가했다. ELS 자체 헤지 한도를 3조원에서 1,000억원까지 줄이는 등 과감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며 전체 자산에 대해 헤지 트레이딩을 한 결과 캐피털마켓(CM) 부문에서 선방했다”며 “1·4분기 부실채권(NPL)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대신에프앤아이, 안정적 예대마진의 대신저축은행 등 계열사가 수익 안정성을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이 28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5.56% 증가했다. 매출액은 5,131억원으로 143.64%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73억원으로 28.1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