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간접투자

이지스운용, 싱가포르에 리츠 상장 추진

이달 중 싱가포르에 리츠 운용사 설립

해외자산 중심으로 싱가포르증시 상장 추진

싱가포르 리츠 시장 유동성 풍부해 매력적

전 세계 투자자에게 이지스 브랜드 알리는 효과도

부동산자산운용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싱가포르 리츠 시장에 진출한다. 이지스운용은 싱가포르 현지에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를 설립하고 기존에 투자한 해외 부동산을 활용해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 리츠를 상장시킬 계획이다.


16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운용은 이달 중 싱가포르 현지에 리츠 AMC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지스운용은 캐피탈마켓(CM) 부문에서 대표를 파견하고, 리츠 관련 업무 경험이 풍부한 현지 전문가를 최고재무책임자(CFO)와 IR 담당자로 채용할 예정이다. 이후 현재 이지스운용이 투자한 해외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를 싱가포르증시에 상장시킬 계획이다. 작년 말 기준 이지스운용의 해외 운용자산규모는 8조 7,000억원이다. 이지스운용의 한 관계자는 “수익률을 고려하고 투자자의 동의를 얻은 다음 해외자산을 중심으로 리츠에 편입할 자산을 선별할 예정”이라며 “올해 하반기께 리츠 인가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지스운용은 앞으로 국내 자산은 한국거래소에, 해외 자산은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을 추진하는 투트랙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스운용이 투자한 독일 트리아논 빌딩/사진=서울경제DB이지스운용이 투자한 독일 트리아논 빌딩/사진=서울경제DB




이지스운용이 투자한 영국 물류센터 /사진=서울경제DB이지스운용이 투자한 영국 물류센터 /사진=서울경제DB


한국보다 40배 큰 싱가포르 상장 리츠 시장의 매력

이지스운용이 싱가포르 현지 리츠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싱가포르 리츠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다. 싱가포르 리츠 시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3월 말 기준 45개의 리츠가 상장되어 있으며, 시가총액은 860억싱가포르달러(약 74조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현재 7개의 리츠가 상장되어 있으며, 시총은 약 1조 7,000억원 수준이다. 시총 규모로 보면 약 40배 이상 차이가 나며, 리츠 하나의 평균 시총이 한국 전체 리츠 시총과 맞멎는다. 아울러 싱가포르는 한국과 비슷한 시기인 2000년대 초반에 리츠 제도를 도입했지만 사모 리츠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과 달리 모든 리츠가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등 리츠 상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주식 시장에서 리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시총 기준 약 10%로 가장 큰 리츠 시장을 가진 미국(약 2~3%) 보다 크다.

아울러 이지스운용은 싱가포르 리츠 시장 데뷔를 통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이고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싱가포르 리츠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리츠를 상장하게 되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스운용은 작년 말 기준 누적운용자산 규모가 32조원으로 독보적인 업계 1위이며, 아시아 부동산 운용자산규모면에서도 GLP와 UBS글로벌에셋매니지먼트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지스운용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운용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싱가포르 리츠 상장은 이지스운용의 이 같은 계획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도심에 위치한 우량 자산 중 상당수가 싱가포르증권거래소에 리츠로 상장되어 있어 개인투자자나 외국계투자자들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사진=고병기기자싱가포르 도심에 위치한 우량 자산 중 상당수가 싱가포르증권거래소에 리츠로 상장되어 있어 개인투자자나 외국계투자자들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사진=고병기기자


해외 리츠 상장 유도하는 싱가포르증권거래소


싱가포르 현지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좁은 국토의 한계를 가진 싱가포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 다변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해외투자에 나섰다. SGX에 따르면 싱가포르 리츠는 중국(10개), 일본(8개), 말레이시아(6개), 한국(4개), 인도네시아(3개), 홍콩, 베트남(2개), 인도, 필리핀(1개) 등 아시아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호주·유럽·미국 등에서도 활발하게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리츠의 80% 이상이 호주·중국·유럽 등 해외 자산을 편입하고 있으며, 리츠 자산 총액 중 25% 정도가 해외 자산이다. 특히 SGX와 싱가포르통화청(MAS)는 최근 해외 자산을 가진 해외 운용사의 리츠 상장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해외 운용사의 리츠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상장 시 통화도 싱가포르달러뿐만 아니라 미국 달러·유로·위안화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최근 해외 운용사의 리츠 상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캐나다 보험사인 매뉴라이프(Manulife)의 미국 내 9개 오피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Manulife US REIT’ 가 상장되어 있으며, 유럽 지역 오피스와 물류센터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Cromwell European REIT’도 상장되어 있다.



아울러 싱가포르는 코로나 19 이후 규제를 완화해 리츠에 힘을 실어주는 등 리츠 상장에 우호적이다. 싱가포르 정책당국은 지난 4월 리츠 지원안을 발표했다. 지원안에 따르면 싱가포르 리츠는 배당가능 이익의 90%를 회계연도 종료 후 3개월 내에 배당 해야만 법인세를 면제해주었으나 올해는 12개월까지 배당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LTV 한도를 기존 45%에서 50%로 완화했다.

싱가포르 리츠의 80% 이상이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자료=SGX싱가포르 리츠의 80% 이상이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자료=SGX


미래·롯데도 과거 싱가포르에 리츠 상장 타진

한국 운용사나 기업이 싱가포르에 리츠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이지스운용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롯데그룹도 싱가포르에 리츠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2013년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포시즌스호텔을 매입한 후 여러 개의 부동산을 묶어 해외 증시에 리츠로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비용 대비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취소한 바 있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2014년 18개 점포를 묶어 싱가포르에 리츠 상장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랜드 역시 과거 싱가포르거래소로부터 리츠 상장을 권유받은 바 있다. 아울러 AIP자산운용(옛 FG자산운용)도 최근 호주 등에 투자한 해외 자산을 활용해 싱가포르에 리츠로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이나 운용사가 싱가포르에 리츠 상장을 추진한 이유는 싱가포르 리츠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어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싱가포르 리츠 시장 /자료=SGX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싱가포르 리츠 시장 /자료=SGX


우량한 리츠 국내 상장 위해서는 리츠 시장 더욱 개선돼야

국내 운용사들의 리츠 해외 상장은 국내 리츠업계에도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금융당국은 5년 전만 하더라도 리츠 상장에 부정적이었으나 최근 리츠 상장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또한 리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공모 상장 리츠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 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공모 상장 리츠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했으며, 리츠 상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도 개선이 계속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앞으로는 이지스운용처럼 리츠 시장이 발달한 해외 거래소에 리츠를 상장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량한 리츠를 한국거래소에 상장시키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리츠 제도를 개선해나갈 가능성이 있다. 리츠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우량한 자산을 가진 리츠가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는게 부정적인 이슈이지만 한국 리츠 시장에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우량한 리츠를 상장하기 위한 한국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책 당국도 리츠 상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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