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으로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를 설립한 리츠 원조인 ‘코람코’가 두 번째 리츠 AMC 설립을 추진한다. 리츠업계에서 상징성이 큰 회사인 만큼 이 같은 코람코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1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의 자회사인 코람코자산운용은 조만간 국토교통부에 리츠 AMC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번에 코람코운용이 리츠 ACM 설립을 완료하면 2001년 리츠 AMC로 출발한 코람코의 두 번째 리츠 AMC가 된다. 일각에서는 코람코신탁과 업무가 겹쳐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코람코운용의 이번 리츠 AMC 설립은 정준호 코람코신탁 사장의 지시로 추진되고 있어 국토부와 협의만 잘 마무리되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코람코운용의 리츠 AMC 설립 추진이 눈길을 끄는 것은 모회사인 코람코신탁이 국내 리츠업계의 개척자이기 때문이다. 코람코신탁은 지난 2001년 10월에 국내 1호 리츠 AMC로 설립됐다. 코람코 리츠 AMC는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부동산자산운용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을 설립한 고(故) 김대영 이사회 의장 주도로 설립되었으며, 김대형 마스턴투자운용 대표, 조갑주 이지스운용 경영총괄부문 대표 등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리츠업계뿐만 아니라 부동산자산운용업계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코람코 리츠 AMC는 출범 후 대표 상품인 ‘코크렙(KOCREF)’시리즈를 통해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코람코는 3월말 기준 운용 중인 리츠 35개, 시장점유율 16.62%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임대주택리츠가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제외하고 업계 1위다. 최근에는 공모 상장 리츠 상품 출시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코람코는 2018년 6월 약 8년여 만에 공모 상장 리츠 ‘E리츠코크렙’을 선보였으며, 주유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코람코에너지플러스 리츠’ 도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이다.
부동산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코람코운용이 리츠 AMC 설립에 나서는 것은 투자 기구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몇 년 간 리츠 AMC들은 사모 및 공모 부동산펀드를 출시하기 위해 전문사모운용사 등록 및 공모 라이선스 인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며, 부동산펀드 운용사들은 리츠 AM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리츠와 부동산펀드 겸업 이후 전문사모운용사를 등록한 마스턴투자운용과 제이알투자운용은 최근 공모 라이선스 인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지스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은 리츠 AMC 인가를 받았다. KB자산운용·KTB자산운용·삼성SRA자산운용·켄달스퀘어 등은 리츠 AMC 설립을 추진 중이다.
또한 최근 정부가 공모 상장 리츠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코람코운용이 리츠 AMC 설립에 나서는 배경으로 보인다. 아울러 공모 상장 리츠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용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부동산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부동산펀드는 만기가 5년 내외로 길지 않은데 안정적인 운용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속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공모 상장 리츠가 필요하다”며 “특히 자산운용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공모 상장 리츠와 같은 안정적인 수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코람코신탁의 리츠 부문이 코람코운용으로 합쳐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람코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코람코신탁에서 운용 중인 리츠가 있기 때문에 어렵겠지만 업무 성격상 리츠와 부동산펀드 등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을 코람코운용에서 총괄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한 회사에서 두 개의 리츠 AMC를 보유한 곳은 부동산개발회사인 MDM이 있다. MDM은 지난 2018년 2월 리츠 AMC인 MDM투자운용 인가를 받았으며, 계열사인 한국자산신탁을 통해 리츠 AMC 업무를 하고 있다. 또한 KB금융그룹은 현재 KB자산신탁을 통해 리츠 업무를 하고 있으며, 여기에 최근 KB자산운용이 리츠 AMC 설립 인가를 신청해 둔 상태다.
이처럼 한 회사에서 복수의 리츠 AMC 인가를 받은 곳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리츠 AMC 설립이 늘고 있지만 리츠 AMC를 설립하고도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곳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에이엠씨·주택도시보증공사·투게더자산운용 등 3곳이 리츠 AMC 인가를 받는 등 2016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평균 3곳 정도가 인가를 받았다. 올해는 대신자산신탁이 인가를 받고 KTB자산운용·삼성SRA자산운용·켄달스퀘어리츠운용·KB자산운용이 인가를 신청했으며, 코람코자산운용·BNK자산운용·우리자산신탁 등이 리츠 AMC 설립을 추진하는 등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리츠 AMC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면서 새내기 리츠 AMC가 살아남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무궁화신탁은 지난 2016년 말 리츠 AMC 인가를 받았으나 리츠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곧바로 인가를 반납한 바 있다. 이후 무궁화신탁은 2007년에 설립된 케이리츠투자운용을 인수해 리츠 업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