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갈곳 없는 것도 서러운데”...디지털격차에 두번 우는 노인들

코로나 우려에 노인정·복지관 무기한 휴관

복지관 등 일부 디지털 케어 강화 나서지만

노인정 내서도 60·70·80·90 세대격차 존재

“디지털역량 낮은 고령층, 실질적 대책 필요”

기자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계시냐’고 묻자 김 모(87) 할아버지는 “갖고 있다”며 ‘폴더폰’을 꺼내 보였다, 김 할아버지는 이 ‘폴더폰’으로 전화통화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방진혁기자기자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계시냐’고 묻자 김 모(87) 할아버지는 “갖고 있다”며 ‘폴더폰’을 꺼내 보였다, 김 할아버지는 이 ‘폴더폰’으로 전화통화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방진혁기자



서울 영등포구에서 70년째 거주하고 있는 김 모(87) 할아버지는 요즘 아파트단지를 배회하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다.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자주 다니던 노인정이 계속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기기를 다루지 못하는 김 할아버지는 복지기관에서 제공하는 디지털서비스도 이용하지 못한다. 김 할아버지는 “전쟁 났을 때 피난 가느라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다”며 “집에선 마땅히 할 게 없어 집 근처만 돌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로 노인정과 복지관 등 노인복지시설의 휴관이 계속되면서 갈 곳 없는 노인들의 소외감이 깊어지고 있다. 노인복지관 등에서는 디지털교육 강화로 소외감을 줄이는 노력을 펴고 있지만 세대별 디지털 활용도가 천차만별인 만큼 이들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서울경제가 서울시노인종합복지관협회로부터 서울시노인복지관 온라인교육 현황조사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교육을 시행 중인 노인복지관은 전체 46곳 중 25곳으로 집계됐다.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달 내 온라인교육 시행을 준비 중인 한 곳을 제외해도 서울 내 노인복지관 중 43%는 코로나19 사태 동안 전화 등으로 안부를 묻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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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디지털정보화 역량 수준./출처=과기부연령별 디지털정보화 역량 수준./출처=과기부


김 할아버지처럼 노인들이 온라인기기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 온라인교육을 시행 중인 서울 내 노인복지관 25곳은 유튜브와 카카오를 이용해 복지관 소식을 전하거나 교육하고 있다. 일부는 페이스북까지 활용한다. 그러나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평균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50대는 93.8으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지만 60대는 56.9, 70대 이상에서는 14.6으로 급감했다. 한 복지관 관계자는 “고령층이라고 해서 다 같은 고령층이 아니다”라며 “만 60세의 복지관 이용자와 80세 이용자 사이에도 세대 차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노인정과 복지관 등의 재개관 일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영등포구는 12일까지 노인정 등의 임시휴관을 유지할 것을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요청했다. 여기에 각 관리사무소들은 12일 이후에도 좀 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휴관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 내 노인복지관들 역시 빨라야 6월 초 개관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현 한국노인인권협회장은 “70세 이상의 노인들은 등산도 어렵기 때문에 동네 산책이 야외활동의 전부”라며 “나이가 들면 디지털기기를 다루는데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방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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