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간송미술관 '보물' 불상 유찰됐다.

간송미술관 소장 보물 제294,295호 경매

지정문화재 상속세 0원이지만 재정난 탓

서화 문화재 중심으로 간송재단이 관리

나머지 불교문화재 지속 매각 가능 커

27일 열린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된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오른쪽)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 /조상인기자27일 열린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된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오른쪽)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 /조상인기자




보물 제284호로 지정된 금동여래입상. /사진제공=케이옥션보물 제284호로 지정된 금동여래입상. /사진제공=케이옥션


일제 시대에 ‘문화보국(文化保國)’을 외치며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 문화 독립운동을 실천했던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수집한 ‘보물’ 불상이 2점이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사옥에서 진행된 특별경매에 올랐으나 유찰됐다. 이들 불상은 대외비로 경매에 나와 철저한 예약제로 사전 관람이 이뤄졌고, 이례적으로 유물 없이 현장 경매가 진행됐다.

보물 제 284호 금동여래입상은 15억원에 시작했으나 2,000만원의 호가를 넘긴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보물 제 285호 금동보살입상도 마찬가지로 15억원에 시작했지만 유찰됐다.

간송 집안 ‘보물’이 경매 나오다니
생전에 유물이 흩어지는 것을 막고자 애썼고 6·25전쟁 중에도 지켰던 ‘간송 컬렉션’인지라 간송미술관 소장품이 공개 경매에 나온 사실이 알려지자 세간의 관심이 뜨거웠다. 스스로 간송의 유물을 지키는 ‘창고지기’를 자처하던 차남 전성우 전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2018년 타계하면서 발생한 상속세와 수장고 신축, 기획전시 등으로 누적된 재정난이 ‘보물’ 매각의 원인이었다. 국가지정 및 등록문화재는 수억 원의 가치가 있어도 상속세가 ‘0원’이며, 지난 2013년에 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 상당수 비지정 문화재를 출연했기에 유물로 인한 상속세는 많지 않다.


간송 집안의 ‘보물’이 경매에 나오자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국가기관이 매입하라”는 민원이 이어졌고, 문화재청은 국가기관이 사들일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물이 공개되자 학계 일각에서는 ‘보물’의 가치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 1963년에 보물로 지정된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에 대해 1990년대 후반에 원로 학자가 위작설을 제기한 적 있고, 지금은 이들 불상이 한국 불교 조각사의 교과서 격인 책에서는 거의 제외됐다는 것이다. 불상과 대좌가 서로 상이하며 당시 소형불상으로는 이례적으로 분리식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더불어 이는 그간 간송미술관이 폐쇄적으로 운영돼 연구자들의 접근을 제한한 탓에 불상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품을 공개 경매에 내놓은 까닭에 화제였을 뿐, 문화재를 경매 등을 통해 사고파는 것은 문제 될 일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 보물 제1210호로 지정된 청량산괘불탱은 35억 2,000만 원에 사립박물관을 운영하는 개인에게 팔렸다. 2012년 케이옥션에 출품된 보물 제585호의 서화첩인 ‘퇴우이선생진적첩’은 34억 원에 낙찰됐고 나중에 삼성문화재단이 수집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 모두 경매를 통해 경합이 이뤄져 고가에 팔렸다.

간송의 재정난 끝이 아니다
안타까운 시선이 많지만 문제는 간송미술관의 재정난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유물 매각이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간송미술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서예와 회화, 도자기와 전적류를 중심으로 연구와 전시가 이어져온 만큼 이들을 ‘간송 컬렉션’의 핵심에 두고 운영하는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고 부족했던 간송의 불교 유물들이 앞으로도 새 주인을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간송미술관은 국보 제65호 청자기린형뚜껑 향로를 비롯해 70호 훈민정음, 보물 제1949호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 1973호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등 총 48건의 유형 지정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이 중 불교 유물은 국보 제72호 금동계미명 삼존불입상과 73호 금동삼존불감이 이번 경매에 오른 ‘보물’ 불상들을 압도하는 수작으로 꼽힌다. 고미술 전문가들은 이들이 경매에 나올 경우 압도적으로 높은 추정가로 더 큰 화제를 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28~31호로 지정된 삼층석탑·석조팔각승탑·석불입상·석비로자나불좌상도 간송 소장의 불교문화재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내년까지 성북동 간송미술관에 신축 수장고 완공을 계획하고 있어 현재의 재정난이 이번 불상 매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물 수장고 건립에는 지정문화재 보존을 이유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약 44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됐고 문화재청도 올해 처음 민간보조사업으로 간송 측에 2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간송이 1938년에 지어 지난해 말 국가등록문화재 제 768호가 된 최초의 사립미술관 건축물인 ‘서울 보화각’을 한국전쟁 이전의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 국가지원이 뒤따른다 해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간송미술관 대구 분관 건립도 진행 중이다.


보물 제 285호로 지정된 금동보살입상. /사진제공=케이옥션보물 제 285호로 지정된 금동보살입상. /사진제공=케이옥션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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