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시대에 ‘문화보국(文化保國)’을 외치며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 문화 독립운동을 실천했던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수집한 ‘보물’ 불상이 2점이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사옥에서 진행된 특별경매에 올랐으나 유찰됐다. 이들 불상은 대외비로 경매에 나와 철저한 예약제로 사전 관람이 이뤄졌고, 이례적으로 유물 없이 현장 경매가 진행됐다.
보물 제 284호 금동여래입상은 15억원에 시작했으나 2,000만원의 호가를 넘긴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보물 제 285호 금동보살입상도 마찬가지로 15억원에 시작했지만 유찰됐다.
간송 집안 ‘보물’이 경매 나오다니 |
간송 집안의 ‘보물’이 경매에 나오자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국가기관이 매입하라”는 민원이 이어졌고, 문화재청은 국가기관이 사들일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물이 공개되자 학계 일각에서는 ‘보물’의 가치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 1963년에 보물로 지정된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에 대해 1990년대 후반에 원로 학자가 위작설을 제기한 적 있고, 지금은 이들 불상이 한국 불교 조각사의 교과서 격인 책에서는 거의 제외됐다는 것이다. 불상과 대좌가 서로 상이하며 당시 소형불상으로는 이례적으로 분리식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더불어 이는 그간 간송미술관이 폐쇄적으로 운영돼 연구자들의 접근을 제한한 탓에 불상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품을 공개 경매에 내놓은 까닭에 화제였을 뿐, 문화재를 경매 등을 통해 사고파는 것은 문제 될 일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 보물 제1210호로 지정된 청량산괘불탱은 35억 2,000만 원에 사립박물관을 운영하는 개인에게 팔렸다. 2012년 케이옥션에 출품된 보물 제585호의 서화첩인 ‘퇴우이선생진적첩’은 34억 원에 낙찰됐고 나중에 삼성문화재단이 수집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 모두 경매를 통해 경합이 이뤄져 고가에 팔렸다.
간송의 재정난 끝이 아니다 |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내년까지 성북동 간송미술관에 신축 수장고 완공을 계획하고 있어 현재의 재정난이 이번 불상 매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물 수장고 건립에는 지정문화재 보존을 이유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약 44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됐고 문화재청도 올해 처음 민간보조사업으로 간송 측에 2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간송이 1938년에 지어 지난해 말 국가등록문화재 제 768호가 된 최초의 사립미술관 건축물인 ‘서울 보화각’을 한국전쟁 이전의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 국가지원이 뒤따른다 해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간송미술관 대구 분관 건립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