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어도락가'가 들려주는 언어의 재미

■책꽂이-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신견식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통역은 통통 튀는 순발력이 중요하다. 반면 번역은 구김살 없이 번번한 글이 나오도록 ‘다리고’, 진한 글이 나올 때까지 ‘달이고’, 마감까지 꾸준하게 ‘달리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손흥민이 축구공으로 유희하듯 언어에 능통해 말을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저자는 15개 언어를 익히고 25개 언어를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다. 그의 새 책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은 언어학습서도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며 즐기는 식도락가에 빗대 자신을 여러 언어를 음미하는 ‘어도락가(語道樂家)’라 소개하는 저자가 언어를 통해 삶과 세상을 보는 방식을 들려주는 에세이다.



그는 “검정을 뜻하는 영어 ‘블랙(black)’과 하양을 뜻하는 프랑스어 ‘블랑(blanc)’이 뿌리가 같음을 알았을 때 느낀 경이로움은 잊기 힘들다”고 했다. ‘빛나는, 밝은, 하얀’이라는 뜻의 원시 게르만어 ‘blankaz’에서 유래했고 지금도 독일어 ‘빛나는, 반짝이는’의 ‘블랑크(blank)’에 그 원뜻이 남았다. ‘빛나다, 불타다’라는 뜻의 인도유럽 조어에서 갈라진 단어들을 놓고 저자는 “한쪽은 하얀 불꽃을 내뿜으며 재가 하얗게 남을 때까지 불타는 반면, 다른 한쪽은 검게 그을리도록 탄다”고 봤다.

스페인어 감탄부사 께(que)가 붙은 ‘께 보니따’가 우리말로 ‘개이뻐’와 같은 뜻이고 칠레어로 ‘멋지다’는 뜻의 ‘께 쪼로(choro)’가 한국어 ‘개쩔어’와 비슷하다는 그의 접근이 말 장난 같지만 동시에 유연한 사고를 보여준다. “외국어를 잘하기보다는 외국어와 자라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1만7,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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