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이혼소송을 거쳐 이혼할 때 가정법원에서 자녀 양육비의 사용 방식까지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정해 주면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나눠 부담해야 하는 양육비 정도만 알려줘야 하며 그 이상 지나친 간섭은 위법 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대만인 여성 A씨가 한국인 남성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원심 판결 중 양육비 지급 부분만 인천가정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고 1일 밝혔다. 그 외 이혼을 비롯해 재산분할, 위자료 지급, 자녀의 면접교섭 등 사항은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6년 7월 혼인신고를 한 A씨와 B씨는 딸 하나를 뒀다. 하지만 성격·문화 차이와 딸 양육 문제로 자주 다퉜다. B씨가 A씨에게 욕설·비하발언 등을 할 때마다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각서를 쓸 정도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다툼이 잦아들지 않았고 이듬해 11월 A씨가 이혼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는 두 사람이 별거 상태다.
대법원 재판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2심 재판부가 딸의 양육자인 A씨에게 양육비의 사용 방식을 특정하고 지출 내역까지 주기적으로 알리도록 한 점이었다. 2심 재판부는 A씨 또는 딸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양육비 지출은 이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로만 하도록 했다. 이 계좌엔 매달 양육비를 각각 A씨 30만원, B씨 50만원씩 입금해야 하며 A씨는 B씨에게 분기마다 지출 내역을 공개해야 했다. 양육비의 유용을 막고 투명하게 관리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 재판부는 “가정법원은 양육자가 부담해야 할 양육비를 제외하고 상대방이 분담해야 할 적정 금액만을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양육비를 A씨와 B씨가 함께 부담하는 것은 맞지만 A씨가 양육권자로 지정된 만큼 A씨가 부담할 부분을 재판부가 별도로 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또한 “양육비의 사용방법을 특정하는 건 양육자인 A씨의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양육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쓸지 두 사람이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분쟁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