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사장단은 왜 '노동계 원로' 문성현을 만났을까

김기남 부회장 등 삼성그룹 사장단들

문성현 경사노위원장 만나 '특별 강연' 들어

3년 만의 단체 수강 이유 두고 설왕설래

대국민사과 후속조치-노조와의 동거 노력?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의 노사관계가 발전하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여기에 왔습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만나 이렇게 운을 뗐다. 최근에서야 노동조합이라는 존재와 함께 걸어가기 시작한 삼성그룹 사장단 앞에서 문 위원장은 한국 노동계가 깊이 고민하는 ‘미래 지향적 노사관계 형성’을 두고 강의를 시작했다. 한국 노동운동이 걸어온 길부터 노사관계가 지금까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또 건전한 노사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 등이 문 위원장의 발언에 고스란히 담겼다. 문 위원장은 사장단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는 삼성 노사관계에 대한 외부 시각도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낯선 삼성 사장단, 어떤 강연 들었을까



‘노동계 원로’이자 경사노위를 대표하는 문 위원장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만난다는 소식은 재계와 노동계의 눈길을 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월 6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원칙을 버리겠다”고 선언한 이래, 노동이라는 담론에 사장단 전체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사장단이 2017년 2월 이후 3년 만에 모두 함께 외부 강사의 강연에 참석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이들의 만남은 삼성그룹이 경사노위에 연락을 취하며 성사됐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오늘 문 위원장이 삼성그룹 사장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강은 개인 일정”이라며 “삼성그룹 관계자로부터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 비공식적인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새롭게 결성된 그룹 주요 계열사의 노조도 다리를 놓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 위원장도 삼성 고위 임원들이 가진 노사관계에 대한 생각이나 입장을 직접 듣고 의견을 교환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경계현 삼성전기(009150) 사장, 홍원표 삼성SDS 사장, 이영호 삼성물산(028260)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032830) 사장, 최영무 삼성화재(000810)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 등 20여 명. 이들은 문 위원장의 강연이 끝난 후에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새로운 노사관계 확립 방안 등에 대해 질문하거나, 개인적 의견을 밝히며 소통을 이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오승현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오승현기자


그들의 깜짝 만남은 재계의 수많은 분석과 추측을 낳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힘을 얻는 접근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따른 후속조치’라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이 국민에게 약속한 내용을 그와 경영철학을 밀접하게 공유하는 사장단을 통해 행동으로 구현했다는 평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언급하며 그룹 내 치부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불편하더라도 쓴 소리를 듣겠다고 약속했다.

대국민 사과 후속? 아니면 노조을 이해하려는 노력?
‘여전히 낯선 노조와 노동문제를 이해하려는 자구책’이라는 지적도 눈에 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사장들은 ‘무노조 경영’을 철칙으로 삼고 삼성맨으로 살아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노조를 타도의 대상으로 규정했던 ‘무노조 경영’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헌법으로 보장한 노동 3권에 대한 이해는 지극히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룹 차원에서 대외적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인사의 목소리 즉, ‘충격요법’을 통해 들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장단의 ‘전향적 노력’에도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노조를 결성한 이들은 여전히 “무노조 경영시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임단협 협상을 요청한 노조 관계자를 진정성 있는 대화의 상대자로 받아주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삼성그룹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의견은 이날의 만남도 주기적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이 부회장을 지키기 위한 쇼에 지나지 않는다 비판한다. 결국 어느쪽 분석이 맞을지는 삼성그룹이 앞으로 보여줄 행보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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