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8일 법인 명의 고가 슈퍼카를 사적 이용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대재산가 24명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국세청#사주 A는 별다른 경력이 없는데도 창업주인 부친으로부터 국내 유수의 알짜 회사를 물려받았다. A는 회사 명의로 총 16억원 상당의 고가 슈퍼카 6대를 구입해 자신과 전업주부인 배우자, 대학생 자녀 2명 등 일가족 자가용으로 사용했다. 또 회사 명의로 27억원 상당의 고급 콘도를 취득해 가족 전용별장으로 사용하면서 법인카드로 가족들의 명품을 구입하고 해외여행을 하는 등 호화 사치생활을 영위했다. 국세청은 회사자산의 사적 사용 및 관련 비용 지출 적정 여부, 위장계열사 이용회사자금 부당유출 혐의 등으로 A에 대한 현미경 검증에 착수했다.
#친환경 소재 제품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회사 사주 B는 회사 명의로 약 13억원 상당의 초고가 스포츠카 2대를 취득해 전업주부인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에게 개인 자가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회사 명의로 강남에 있는 80억원 상당의 최고급 아파트를 취득해 가족 주거용으로 썼다. 배우자와 자녀는 법인카드로 명품백을 구입하고 고급 유흥업소를 출입하면서 스포츠카와 명품백 사진 등의 후기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수시로 과시했다. 그 외에도 주식 명의신탁 및 우회증여, 가공원가 계상을 통한 회사자금 유출 등 다수의 탈루 혐의를 받아 과세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이러한 사례와 같이 법인 명의의 맥라렌, 람보르기니 등 고가 ‘슈퍼카’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근무하지 않은 가족들에게 ‘고액 급여’를 지급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대재산가 2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은 평균 1,5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전업주부인 배우자, 해외 유학 중인 자녀, 고령의 노모 등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사주일가를 근무한 것처럼 꾸며 1인당 평균 21억원에 달하는 고액의 급여를 지급해 왔다.
회사 명의로 고가 슈퍼카 취득특히 슈퍼카에 관심이 많은 사주가 6대를 회사 업무용으로 등록하고 사적 이용하거나, 2대 합계 13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스포츠카를 전업주부인 배우자와 대학생인 자녀가 업무와 무관하게 자가용으로 사용하면서 법인이 그 비용을 부담토록 했다. 그 과정에서 위장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매출 누락을 통한 회사자금 유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변칙 증여 등 편법 탈세를 통해 기업의 이익을 편취해 사주일가의 재산을 증식해 온 혐의도 포착됐다.
이번 조사대상자 중 9명이 법인 명의로 총 41대의 고가 슈퍼카(총 102억원 상당)를 보유하고 있다. 1명은 7대, 3명은 6대씩이나 갖고 있으며 그 외 5대, 3대, 2대 보유자가 1명씩이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국가는 업무차량의 ‘출퇴근’ 이용도 사적 사용으로 간주하는 등 기준이 엄격하다.
국세청은 사주 및 가족들의 재산형성 과정 전반뿐 아니라 탈루 혐의가 있는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서 증빙자료의 조작, 차명계좌의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중 처리할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올해 세무조사 건수를 대폭 축소하되, 회사 이익 편취 등 반사회적 탈세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