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입주 32년차 건영아파트 전용 61㎡는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4억원 이하 매물이다. 해당 평형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실거래가가 1억원 이상 오르면서 현재 호가는 3억9,000만원이다. 조만간 이 단지 역시 4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무주택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저가아파트가 사라지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서민 주거를 안정시킨다며 무려 21번째 대책을 내놓았지만 풍선효과 등 규제의 부작용으로 고가는 물론 중저가도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서울 외곽지역의 4억원 미만 아파트는 10곳 중 1곳에 불과하다.
11일 서울경제가 부동산114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서울의 4억원 이하 아파트는 현 정부 출범 때인 지난 2017년 5월만 해도 39만5,324가구에 달했다. 하지만 올 들어 5월 현재 13만9,387가구로 줄어들었다. 감소가구는 25만5,937가구, 감소율은 64.74%에 이른다. 지역별로 보면 영등포구의 경우 2017년 5월 4억원 이하 아파트가 1만4,143가구였으나 올 5월에는 1,159가구만 남아 무려 91.81%가 줄었다. 동작구와 성동구 등 현 정부 들어 인기 주거지로 떠오른 지역은 4억원 이하 가구가 거의 없어졌다. 동작은 4,012가구에서 226가구, 성동은 3,490가구에서 158가구로 쪼그라들었다. 노원·도봉·강북과 구로·금천·관악구 등 외곽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4억원 이하가 구로는 3만2,000여가구에서 1만여가구로 줄었고 노원도 9만여가구에서 4만여가구로 절반 정도 사라졌다. 다른 외곽지역 모두 50%가량 줄었다.
이는 실거래가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본지가 3년 전과 올해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저가아파트는 최소 1억원, 최대는 4억원가량 올랐다. 경기와 인천지역에서도 3년 전 3억~4억원 하던 아파트들이 현재 5억~7억원으로 상승했다. 수도권 전역에서 저가아파트가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서민들이 그나마 남은 서민용 아파트를 사기는 더 힘들어지고 있다. KB의 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가 가격 하위 20%(1분위) 아파트를 사기 위해 드는 기간은 2017년 5월에 15.2년이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0년이 됐다. 이는 월급 등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았을 때 드는 기간이다. 임병철 부동산114센터장은 “규제의 부작용 외에 앞으로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저가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코로나와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해야 할 때지만 규제 부작용으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값은 0.02% 오르며 10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김흥록·양지윤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