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역대 세번째 長壽 기재부 장관된 홍남기...與 흔들기에도 소신 행보

평균 1년 남짓, 기재부 장관 단명 공식 깨고 550일째

코로나 정국, 올해에만 세 차례 추경 편성

나라 곳간지기, 증액 규모 놓고 당과 수차례 대치

이해찬 질책에 '해임 건의' 풍파까지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 소신 발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주한 EU대사단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주한 EU대사단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취임 1년 6개월을 맞아 역대 세 번째 장수(長壽)한 기재부 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홍 경제부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올해에만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긴급재난지원금 등 증액 규모를 두고 여당에 맞서는 과정에서 ‘해임 건의’ 압박까지 받는 등 험난한 시간을 거쳤다.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직의 평균 재직 기간은 1년 남짓으로 ‘단명’의 대명사로 꼽히고는 한다. 이 때문에 경제정책의 일관성·연속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가장 오랜 기간 기재부 장관을 수행한 인물은 이명박 정부 때의 윤증현 전 장관(842일)이고 박재완 전 장관(660일)이 그 뒤를 잇는다. 홍 부총리(550일)도 문재인 정부 초대 김동연 전 부총리(550일)를 넘어 경제부총리 단명 공식을 깨고 장수 장관 대열에 함께하게 됐다. 남은 재임 기간에 따라 앞선 기록을 깨고 최장수 부총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 부총리의 지난 1년 6개월은 유독 다사다난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수출규제 사태가 터졌고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세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이례적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홍 부총리는 매 주말을 반납하고 회의를 여는 등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하루도 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석상에서 입술이 부르터 있는 모습도 여러 차례 찍혔다. 일주일에 수차례 세종과 서울을 오가며 ‘길과장’ ‘길국장’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던 기재부 직원들을 세종에 제대로 정착시킨 것도 홍 부총리의 공이 크다. 그는 한 주에 하루 이틀 이상은 세종 집무실을 지키면서 주요 보고도 영상을 통해 받으며 불필요한 서울 출장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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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홍 부총리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추경 증액을 하려는 여당에 수차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곤욕을 치렀다. 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원래 성정과 달리 수차례 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공개발언을 하고 맞서는 모습을 보며 직을 내놓을 각오를 했다는 결심이 엿보였다”며 “당과 마찰은 있었지만 곳간지기로서 경제부총리가 확장 재정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 없고 온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에 앞서 당정청이 소득 하위 70%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을 당시에도 홍 부총리는 전체 가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4인 기준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끝까지 고수했다. 잇따른 소신 발언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부총리 해임 건의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서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오직 국민과 국가 경제를 위해 흔들리지 않고 굳은 심지로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며 소신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여당 내에서도 홍 부총리의 이 같은 행보가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도 잘해달라”고 힘을 실어줬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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