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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는 기소일뿐... 수사심의 앞둔 이재용 '뉴삼성' 잰걸음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행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행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기소가 타당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오는 26일 열린다. 15일 검찰과 삼성 변호인단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수사심의위 개최일을 26일로 결정하고 삼성 측에 통보했다. 이 부회장과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이 검찰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과정을 심의해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는 앞서 지난 11일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이 낸 의견서를 살펴본 뒤 대검찰청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는 보름 안에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판단해 중앙지검에 통보해야 한다. 검찰과 삼성 양측이 이 부회장 등의 기소를 놓고 법리적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만큼 이날 열릴 수사심의위에서도 첨예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피고인의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범죄혐의 소명에 실패한 검찰의 기소가 면피성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심의위 결과에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의견을 냈는데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무리한 수사와 기소라는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검찰은 기존에 8번 열린 수사심의위 결과를 모두 수용했다.

24시간이 모자라…JY, 사장단과 릴레이 회의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9일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구속 영장이 기각된 후 6일 만에 첫 현장 경영 행보에 나섰다. 사법 리스크 및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위기 상황이 이 부회장의 발걸음을 빨라지게 하고 있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IT·모바일(IM) 부문 사장단과 평택·기흥·수원 사업장에서 릴레이 간담회를 갖고 위기 극복 전략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올해 초 종합기술원 방문 이후 약 반년 만이다. IM 부문과는 약 1년여 만에 머리를 맞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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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사업부와 릴레이 간담회를 연 것은 자신을 겨눈 검찰 수사 등 엄중한 상황 속 내부 경영 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다. 삼성은 안팎으로 미중 무역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이달 말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짓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 기일이 예정된 만큼 급할 수밖에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구미사업장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구미사업장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1분 1초가 급한 위기 상황 속에서 반도체와 세트 부문은 물론 스마트폰 사업부까지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경영진인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챙겨야 한다는 게 삼성 안팎의 의견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에 공백이 생길 경우 삼성전자는 부품과 세트를 아우를 수 있는 경영진이 부재한 가운데 초유의 위기 사태에 대응해야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사업부를 아우르는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미래시장 전략의 의사결정 과정에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삼성은 물론 이 부회장 입장에서 초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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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이 부회장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DS 부문이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 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등 DS 부문 경영진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시황과 투자 전략을 논의했다. 사장단과의 오찬 이후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략 간담회를 연속으로 소화했다. 특히 파운드리 간담회에서는 글로벌 시황 및 무역 분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선단공정 개발 로드맵(5나노·GAA 등) 등을 점검했다. 반도체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인 ‘GAA(Gate-All-Around)’를 적용한 3나노 반도체는 최근 공정개발을 완료한 5나노 제품에 비해 칩 면적을 약 35% 이상 줄일 수 있으며 소비전력을 50% 감소시키면서 성능(처리속도)은 약 30% 향상시킬 수 있다.

IM 부문 경영진과의 간담회에서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상반기 실적에 대한 점검과 함께 하반기 판매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0의 출하량이 예상보다 저조했던 삼성전자는 중저가 5세대(5G) 모델 출시 등으로 이 같은 수요 절벽을 넘겠다는 전략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내년 출시될 ‘갤럭시 S시리즈’ 등 플래그십 라인업 운영 전략을 꼼꼼히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사장, 최경식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 김경준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부사장, 김성진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밝힌 ‘뉴 삼성’ 선언 이행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부회장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실제로 위기 상황 속 투자 가속화로 현실화됐다. 삼성전자는 5월21일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에 새로운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안현덕·손구민·변수연기자 always@sedaily.com

안현덕·손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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