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등 경기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총통화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작년 12월 약 2,912조 원 수준이었던 총통화 평균잔액은 2020년 4월 기준 약 3,016조 원에 달해 넉 달 새 100조 원 이상 증가했다.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이 무려 9.1%다. 올해 1월 7.8%, 2월은 8.2%, 3월은 8.4%였던 증가율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가파르다.
총통화가 늘어났음에도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0.3%이고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5%다. 전반적인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 수준이지만 부동산만은 유독 예외다. 코로나 사태로 잠시 주춤하나 했더니 다시 상승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값이 10주 만에 상승으로 전환했다는 소식이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은 통화증가율에 비례한다. 그러나 글로벌 교역이 일상화되면서 물가가 상승할 조짐이 보이면 해외 제품이 국내로 싸게 수입이 된다. 물가가 오르기 힘든 이유다. 부동산은 다르다. 비교역재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수입할 수 없다보니 일반 소비재와 다르게 움직인다. 부동산 중에서 주거용 부동산은 소위 베블렌 효과가 존재하는 분야이다. 합리적 소비보다는 과시적 소비를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베블렌 효과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요지역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돈이 풀리면서 주요지역 주거용 부동산에만 집중적으로 몰리다 보니 다른 분야와 달리 이들 분야에서만 가격이 상승하는 일종의 ‘국지적 인플레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확연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통화량을 포함한 본질은 외면한 채 세금을 올리고 유동성을 억제하는 수요억제책에 주로 방점을 두고 있다. 돈이 자꾸 풀리고 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 결국 국지적 인플레가 가능한 곳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 물론 일부 주식 분야에도 돈이 몰리면서 가격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기업별로 실적과 성과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매우 조심스런 측면이 있다.
돈을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의 흐름을 관리하면서 갈 곳을 잘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 등 다양한 후속조치를 통해 돈의 흐름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국 주요지역 부동산 가격 폭등은 명약관화하다.
최근 경제를 살리자면서 기업을 압박하는 법안들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다는 느낌이다. 조각그림에 집중하다가 큰 그림을 놓치는 모습이다. 수요억제만이 아닌 공급증대 정책 그리고 돈의 흐름을 생산적 분야로 유도하는 다양하고도 조화로운 정책들이 어우러지지 못하면 경제회복은 늦어지고 주요 지역 부동산 가격만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에 주목을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