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자의 눈] "경제부총리가 몰상식한겁니까?"

경제부 한재영 기자




기획재정부 공무원이 최근 기자에게 “(정치권은) 왜 자꾸 부총리를 몰상식한 사람으로 만드는 거냐”라고 한 적이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대학등록금 반환 조치에 정부의 재정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를 “적절하지 않다”고 잘라버리자 한 말이었다. 학생들은 혈서를 쓰며 등록금을 돌려달라는데 경제부총리라는 사람이 ‘나랏돈은 내어줄 수 없다’고 했으니 매몰차고 상식적이지 않게 보일까 걱정했던 것 같다.


사실 홍 부총리의 ‘재정지원 불가론’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등록금은 대학이 받았는데 이걸 돌려주는 건 나라가 해야 한다는 주장은 상식과 거리가 있다. 등록금을 되돌려줘야 한다면 그것은 대학과 학생 간의 문제다. 대학 적립금을 쓰도록 유도하는 게 우선이다. 애초 교육부가 대학등록금 반환 지원에 쓰겠다며 재정 당국에 예산 1,951억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청년 민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기재부가 졸지에 ‘학생들의 호소를 외면한 존재’ 취급을 받게 됐으니 앞선 공무원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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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반환에 나랏돈을 써야 한다는 교육부는 정작 11년째 등록금을 동결시켰다. 학생 수도 마음대로 늘리지 못하게 묶어뒀다. 바로 이런 조치들이 받은 등록금도 뱉어내지 못할 정도의 대학 재정 부실을 만든 주된 원인이다. 등록금 한 푼 못 올리게 하면서 등록금 반환에는 국민 세금을 쓰겠다고 한다. 재정을 ‘화수분’으로 보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발상이다.

얼마 전 정세균 국무총리는 등록금 반환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밝히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길’이 결국 재정을 의미했던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재정만능주의가 다른 게 아니다. 원칙과 상식을 허물며 ‘돈이면 해결된다’는 생각이 재정만능주의다. 집권여당과 정치인 출신 국무위원들이 재정만능주의에 심각하게 매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코로나19는 이 병(病)을 더 깊게 만들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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