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상장 뒤 주가 부진한 유니콘…벤처투자붐이 만든 거품 탓"

자본연 '유니콘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시사점' 발간

우버·위워크, 상장 후 현금창출능력 부족에 주가 부진

상환우선주, 차등의결권 가진 주식이 기업가치 왜곡

벤처투자붐으로 만연한 유동성도 가치 고평가 유발

"정부, 수 늘리기 급급하면 허울뿐인 유니콘만 양산"




상장 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유니콘(unicorn) 기업들과 관련해 그 원인이 벤처투자 붐이 만든 버블(거품)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혁신기업 육성을 천명한 한국 정부가 유니콘 수와 같은 양적 지표에 매몰될 경우, 국내 생태계에도 이 같은 거품을 확대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유니콘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논의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일부 유니콘의 상장 후 매우 저조한 주가 성과는 사적 시장에서의 스타트업 기업가치의 과대평가 가능성과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1조2,009억원) 이상인 비공개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말로서 모든 스타트업이 꿈꾸는 목표다.

하지만 주요국 증시에 상장한 유니콘은 기대와 달리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공유서비스로 널리 알려진 우버(Uber)와 리프트(Lyft)의 상장 후 6개월 주가수익률은 각각 -35.03%, -47.18%로 같은 기간 동안 플러스를 기록했던 시장수익률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하다. 사무실공유서비스인 위워크(WeWork)는 최근 추진하던 IPO를 철회하기도 했다.

조 연구위원은 기대를 모으던 유니콘의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현금창출 능력 부족을 꼽았다.


그는 “벤처캐피탈과 같은 사적 시장 투자자들은 전문적ㆍ장기적 투자자로서 당장의 현금흐름보다 장기적 성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성공확률이 낮더라도 성공할 경우 잠재적 이익규모가 충분히 큰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을 높게 평가하지만, 공적 시장의 투자자들은 가시적인 현금흐름 창출능력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국내에서도 상장요건의 완화 등에 힘입어 공적 시장에 진입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들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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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의 기업가치 평가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대평가도 상장 후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 시 창업자가 100% 소유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벤처캐피탈이 2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그 대가로 전체 지분의 20%를 받기로 한다면, 그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1,000만달러로 추정하는 식으로 가치를 산정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스타트업이 빠른 시간 내에 유니콘의 반열에 오르기 원하는 창업자는 투자 유치를 위해 무리를 하게 되고, 투자자는 자신이 부담하는 위험에 대한 안전장치로 대개 보통주가 아니라 전환우선주나 상환전환우선주를 받으며, 구체적인 청구권 구조 역시 투자유치 시리즈별로 달라진다. 하지만 현재의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청구권이 다른 종류주식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는다. 결국 투자금액과 지분만 두고 계산하게 되면 기업의 가치를 과다산정하게 된다. 보고서는 다수 스타트업이 창업주 보유지분에 대해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등 기업지배구조 상의 불투명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 회계처리의 불투명성 역시 공적 시장에서의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글로벌 벤처캐피탈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도 스타트업 가치 버블의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벤처캐피탈 시장의 미투자자금 규모는 2016년 말 1,460억달러에서 2018년 말 2,430억달러로 증가했다. 조 연구원은 “벤처캐피탈이 투자대상기업을 찾아 투자를 실행하는 것이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 하에서 이루어지는 투자 실행 경쟁, 그리고 기업가치 평가의 과정에서 과대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유니콘 육성 정책이 양적 목표에 천착할 경우, 국내 벤처 생태계에도 이같은 상황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 투자·보증 제도 간 연계를 통해 현재 11개인 유니콘을 오는 2021년까지 20곳 이상으로 늘리고, 아기 유니콘 육성 사업을 통해 예비 유니콘(1,000억원 이상)을 2022년까지 500곳 이상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조 연구원은 “비공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투자를 기다리고 있는 자금이 과도하게 많아 투자 유치를 위한 경쟁보다 투자 실행을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할 경우 쉽게 기업가치 거품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정부의 혁신벤처기업 육성 정책에 따라 공공부문으로부터 모험자본이 공급될 때에도 외적으로 보여지는 유니콘의 수와 같은 목표에 과도하게 집착한다면 실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평가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니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냉철하고 신중한 접근과 집행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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