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윤석열 총장을 겨냥해 “제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고 성토하는 등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검언유착’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윤 총장 최측근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더니 오후에는 한명숙 사건의 ‘증언 강요’ 의혹 조사와 관련해 “(윤 총장이)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전날 윤 총장을 겨냥해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간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가 하루 만에 사실상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추 장관이 윤 총장 측근은 물론 본인까지 강하게 압박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윤석열 최측근 한동훈 감찰 개시
법무부가 직접 감찰을 개시하는 것은 지난 2017년 5월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 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 봉투 회식 사건 이후 처음이다. 법무부는 이번 감찰의 근거 규정으로 ‘법무부 감찰규정’의 제5조의2 중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여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명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감찰사건’을 들었다. 추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찰이 개시된 만큼 법무부 감찰실의 조사가 시작될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채널A 이모(35)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하는 데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앞서 한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휴대폰을 압수수색했다. 한 검사장은 법무부의 전보 조치 발표 직후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저의 무고함이 곧 확인될 것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 검사장에 대해 법무부가 별도 감찰에 착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추 장관이 이 같은 강수를 두는 것은 앞서 윤 총장이 소집을 결정한 전문수사자문단에서 불기소를 권고할 경우 한 검사장의 감찰 명분도 약해진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이 기자가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달라는 진정을 내자 윤 총장은 대검 부장회의의 의견을 들은 뒤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추미애, 재지시 필요성 거론하며 비판
이때 추 장관이 언급한 지시는 18일 한명숙 사건의 ‘증언강요’ 의혹 조사를 대검 감찰부에 맡기라고 한 것이다. 이 지시를 받은 윤 총장은 대검 인권부장에게 기존에 조사를 진행하던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과가 자료를 공유하며 조사하도록 하라고 했다.
추 장관은 “검찰청법에는 장관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를 검찰총장에게 할 수 있다”며 “지휘했으면 따라야 했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장관 말을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새삼 지휘해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며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 일해본 법무부 장관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검찰청법에는 재지시가 규정돼 있지 않지만 아침에 샤워하면서 ‘재지시를 해야겠구나’하고 결심했다”며 “이후 회의를 소집해 ‘재지시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지시를 하니 ‘장관이 엄청 화가 나 재지시를 내리겠다’고 (직원이) 잘 알아듣고 (검찰에) 전했다”며 “(재지시는) 검찰사에 남는 치명적 모욕이지만 그날은 재지시로 압박하며 수습돼 넘어갔다”고 덧붙였다.
이철도 수사심의위 요청해 윤석열에 맞불
이에 따라 향후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한명숙 사건 증언강요 의혹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갈등 양상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경우 검찰 수사와 법무부 감찰, 대검 전문수사자문단의 심의가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또 이날 이 전 대표 측이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수사심의위 절차도 추가로 진행된다. 이날 추 장관의 조치와 발언에 대해 윤 총장 측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조권형·김상용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