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스타트업-VC 핵심가치 협력이 글로벌 성공 이끌죠"

박희덕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

세계 무대에 통용되는 표준 구조

마켓컬리에 제공... 美 투자금 유치

스타트업엔 VC 조력자 역할 중요




“온라인 식재료 판매업체 마켓컬리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VC)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 때문입니다.”

마켓컬리의 지분 6.1%를 보유한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의 박희덕(사진) 대표는 29일 서울경제 시그널과의 인터뷰에서 “달러로 조성된 글로벌 VC에서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것은 (다른 글로벌 VC에도 통용되는) 일종의 자격증을 받은 것과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마트랜스링크는 마켓컬리의 초기 투자자다. 지난달 마켓컬리는 2,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다섯 번의 투자 유치전에서 누적 금액만 4,200억원에 달한다. 창업 5년 만에 매출은 4,290억원, 회원 수는 390만명으로 늘었다. 실적만큼이나 투자자의 면면도 화려했다. 특히 러시아 VC인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글로벌이 주요 투자자로 등장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DST는 페이스북과 트위터·그루폰 등의 투자자로 유명한 유리 밀너가 운영하는 VC로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의 보증수표’로 불리는 곳이다.


박 대표는 “마켓컬리는 DST가 투자한 유일한 국내 기업”이라며 “우리가 마켓컬리에 제공한 것은 시리즈C에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가 들어올 수 있도록 세계 무대에서 통용되는 표준에 맞는 구조를 만들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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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글로벌 자금 유치를 위해 시리즈C 투자 유치 당시인 지난 2018년 3월 투자자마다 달리 작성됐던 계약서를 하나로 통합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와 함께 17개 투자사를 돌면서 설득을 시작했고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성공했다. 마켓컬리는 이후 지난해 시리즈D와 올해 시리즈E까지 모두 손쉽게 투자금을 확보했다.

마켓컬리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VC의 협력모델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마켓컬리의 핵심가치는 해외 비즈니스 모델을 카피한 게 아니라 국내 워킹맘의 문제에 천착했고 이를 풀어줬다는 것”이라며 “VC의 투자철학은 투자자가 주인 행세를 하는 밸류업(value-up)이 아닌 상호주의에 입각한 밸류애드(value-add)인데, 그 핵심가치를 상품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마켓컬리의 역할이었고 우리는 거기에 얹어줄 만한 것을 찾아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표는 “시리즈C 이후에는 한국 자본을 통한 투자 유치가 어려운 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차원에서 CVC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기업은 상호주의가 핵심인 VC의 투자철학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국내 1세대 VC인 KTB에 근무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문화를 경험했고 이후 KT와 CJ그룹에서 벤처투자를 총괄했다. 현재 그가 이끌고 있는 세마트랜스링크는 한국(27개)과 미국(19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운용자산(AUM)은 1,500억원가량이다.

스타트업 성공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를 상품화까지 구현해내기 위한 VC의 조력자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박 대표는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신을 전문화하지 말라(Unspecialize yourself)’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며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성공을 보고 기술을 떠올리지만 그 뒤에는 성장을 돕는 실리콘밸리식 금융인 VC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정·김상훈기자 aboutkj@sedaily.com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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