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베스트샵 서울 강서본점 내 LG하우시스 지인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LG하우시스
강계웅 LG하우시스 대표건설자재 업체인 LG하우시스가 경쟁사가 애써 키워놓은 인테리어 전문 인력을 대거 빼가면서 전문인력에 대한 뺏고 뺏기는 ‘영입전쟁’이 더 격화될 전망이다. 국내 인테리어 시장이 커지자 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경쟁업체의 전문 인력을 빼가 단번에 경쟁력을 갖추려는 것인데 논란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LG하우시스의 관계사가 자사의 전기차 배터리 개발 인력이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옮겨간 데 대해 ‘핵심인력을 뺏아갔다’며 소송전을 펴고 있는 민감한 상황에서 LG하우시스가 ‘자충수’를 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하우시스는 최근 한샘의 시공관리 직원 10여명을 한꺼번에 대거 영입했다. 사실상 경쟁업체 인력을 빼간 것이다. 이직 과정에서 중간에 헤드헌터가 역할을 했지만 한샘 내부에서는 “상도의가 아니다”며 발끈하고 있다.
홈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은 토털 홈인테리어 전문가 ‘리하우스 디자이너(RD)’를 집중 양성해 왔다. 현업 종사자는 전문성을 강화하고 신입 RD 등도 확충해 왔다. RD는 한샘 리하우스 대리점에 소속돼 인테리어 리모델링에 필요한 고객 상담과 디자인 설계, 시공감리 등 인테리어 전 과정을 관리·감독하는 홈 인테리어 전문가다.
여기에 자극받은 LG하우시스가 인테리어 경쟁력을 한번에 올리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한샘의 시공관리 인력을 대거 영입해 갔다는 분석이다.
창호, 바닥재, 인조대리석 등 건축자재와 산업용 필름이 주력인 LG하우시스는 ‘LG지인’ 브랜드를 중심으로 LG전자와 협업하는 등 인테리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샘과의 인테리어 격차를 좀체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샘이 RD를 직접 육성하는 등 2등과의 ‘초격차’ 전략을 내세우자 LG하우시스가 한샘 인력의 대거 영입으로 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하우시스가 인테리어나 리모델링 사업에서 1위인 한샘의 기존 사업을 손쉽게 따라가려고 한 것 같다”며 “한샘의 시공관리 인력을 영입하면 시공협력 업체들도 한꺼번에 데려오는 효과가 있어 땅짚고 영업을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하우시스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샘 내부의 인력 이탈 요인이 생겨 LG하우시스로 대거 이직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샘은 정통적으로 영업력을 중시해 높은 인센티브를 줘 왔고 영업능력이 검증된 경력직을 선호해 왔는데 올해는 신입 공채를 늘리면서 공채와 경력직간 연봉과 업무분장 등에 대한 불만이 생겨 이직 인원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샘의 성과지표에 따른 보상 체계 개편으로 상위 등급 연봉 상한폭이 하향 조정되면서 연차가 높은 인력들이 대거 LG하우시스로 이직하는 촉매가 됐다는 게 LG하우시스측 설명이다. 하지만 한샘의 연봉이나 처우 등은 경쟁사와 비교우위에 있어 자발적인 인력 이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실제 1,000여 명에 달하는 한샘 RD는 판매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감안하면 연봉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LG하우시스가 한샘의 시공관리 인력을 영입한 것에 그치지 않고 구매 담당이나 개발자 등에 대한 영입에도 나설 전망이어서 한샘과의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하우시스가 한샘 인력을 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LG하우시스가 한샘 인력을 너무 많이 빼가는 바람에 한샘이 LG하우시스에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낼 정도로 갈등이 표출됐다. LG하우시스의 한샘 인력 빼가기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하우시스 관계사가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이 기술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을 빼갔다며 소송을 진행 중인데 LG하우시스가 한샘의 인력을 빼가는 등 ‘내로남불’ 논란을 자초한 것은 그룹 이미지 전체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관계사는 인력을 뺏겨 경쟁업체와 치열한 소송을 진행 중인데 LG하우시스가 경쟁업체가 길러놓은 인력을 빼가면서 ‘내로남불’ 논란을 자초한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 빼가기 논란에 대해 LG하우시스 관계자는 “경력직 공채를 실시했는데 결과적으로 한샘 직원의 응모가 많았다”며 “의도적으로 한샘 인력을 채용하려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양종곤·박호현 기자 ggm11@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