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여야의 갈등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여권은 전문수사자문단 심의와 대검찰청의 수사 지휘를 중단하라는 추 장관의 지시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윤 총장을 맹비난하고 있고, 야당은 추 장관의 최근 행보가 “명백한 탄핵소추감”이라며 극렬 반발하고 있다.
3일 윤 총장은 ‘검언유착’ 사건에 대한 추 장관의 수사 지휘를 수용할지 여부를 두고 전국 검사장들을 소집해 릴레이 회의를 벌이고 있다. 전일 추 장관은 ‘채널A 기자 강요 미수 의혹 사건’ 수사의 적정성을 따지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전국 고검장들이 모였으며, 오후 2시엔 수도권 지역의 검사장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오후 4시부터는 지방 검찰청의 검사장들이 모이기로 했다. 구본선 대검 차장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핵심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과 검찰의 독립성이 대립하고 있는 것인데,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장관의 지휘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장관의 지휘가 있었기 때문에 검찰의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훼손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은 중립성을 지켜야지, 독립성을 지켜야 할 조직이 아니”라며 “검찰총장이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이라면 측근 지키기에 매달리기보다는 검찰에 대한 수사를 할 경우에 특임검사를 임명해서 어떤 지휘나 간섭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 특임검사를 임명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조직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을 지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역시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만약에 군대에서 국방부 장관이 작전 지휘를 했는데 육군참모총장이 이런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하면 이것이야말로 항명이고 쿠데타 아니겠나”라며 “합법적이고 명시적 법무부 장관 지시조차 거부한다면 윤 총장이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겠느냐. 그렇게 해서 자리를 끝내 유지하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이 과연 뭘까. 그것을 국민들이 모르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통합당은 연일 윤 총장을 압박하면서 수사 지휘권까지 행사한 추 장관의 행보를 두고 “거의 깡패같은 짓”이라고 맹폭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여당이 무슨 수사 지휘를 수용하라,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으라고 할 권한이 있느냐”며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니 필요하면 해임하면 되는데, 단체로 압력을 가하고 모욕을 주는 일이 백주대낮 21세기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자체가 아연실색할 따름”이라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 역시 이날 BBS라디오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추 장관이 지금 하고 있는 행태들은 우리 헌법이 보호하는 법치주의 또는 법의 지배, 사법정의, 검찰의 독립·중립성을 모두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건 명백하게 탄핵소추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추 장관과 법무부, 범여권과 심지어 검찰 내부의 친문 검사들까지 윤 총장을 공격하고 검찰 장악에 나선 목적이 뻔히 보인다. 윤 총장을 쫓아내거나 식물 총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그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다. 검찰발 천하대란이 벌어지는 것도 문제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공정성이 다 무너지는 사태로 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통합당은 전일 이미 당 차원에서 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탄핵소추안 ‘72시간 내 자동 폐기’ 조항을 고려해 발의 시점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준비는 다 돼 있지만 오늘 본회의 상황을 보고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시작한 지 한시간여가 지난 시점에 “일각에서 주장되는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이미 때늦은 주장으로 그 명분과 필요성이 없음은 물론, 장관의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압박 수위를 높였다. 수사지휘권 발동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