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일감 없어 주3일만 일해요"…産團의 절규

코로나 6개월…양산 산단 가보니

"주문 70% 줄어 돌릴수록 손해

직원 월급 보유금 9월이면 바닥"

국가산단 4월 생산실적 35.1조

코로나에 전월比 13% 곤두박질

0715A01 뚝뚝 떨어지는 전국 산업단지 생산액



지난 3일 경남 양산 어곡산업단지에 있는 한 금속제조 공장. 평일 오전이지만 적막감이 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쇠가 갈리는 굉음이 쩌렁쩌렁하게 흘러넘쳤지만 지금은 공장 문이 닫혀 있다. 철문 너머로 아침에 배달된 신문 뭉텅이가 비에 젖어 바닥에 들러붙어 있었다. 단지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주 3일, 주 4일 근무를 하는 곳이 넘쳐난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매곡마을 사저와 직선거리로 13㎞ 떨어져 있는 유산산업단지도 평일이지만 대부분의 공장이 문을 닫거나 일부 설비만 가동하고 있었다.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부품 주문량이 70%나 급감했다”며 “공장을 아예 세워둘 수는 없어 무급휴가나 주 3일 출근 등으로 인건비를 줄여가며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양산 산단은 북쪽의 어곡산단과 중간의 유산산단, 남쪽의 산막산단으로 이뤄져 있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에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만 유치해 부산·경남 지역에서 가장 건실하다고 평가받는 산단 중 하나지만 현장은 기계 소리가 잦아든 ‘조용한 공장’으로 변했다.

수출산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전국의 산업단지가 코로나19로 휘청거리고 있다. 가장 최근 수치인 4월 국가산단 생산실적을 봐도 알 수 있다. 국가산단의 4월 생산실적은 35조1,848억원으로, 전월 대비 12.9% 감소했다. 코로나19 피해가 확산되면서 생산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국가산단별로도 전월 대비 생산실적이 플러스를 기록한 곳은 전무하다. 전월 대비 대구는 -32.8%, 구미는 -24.1%의 생산실적을 나타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산단도 마찬가지다. 서울은 -7.1%, 남동 -3.6%, 시화 -10.2%로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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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산단의 생산액도 보기에 겁이 날 정도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전국 산단의 생산액은 지난해 2·4분기 270조원에서 올 1·4분기에는 241조원으로 하락했다. 통계청 기준으로 5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63.8%를 기록했다고 나오지만 현장의 상황은 ‘통계치 가동률’보다 훨씬 심각하다. 유산산단의 한 파이프 가공업체 대표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역산해보면 9월이면 바닥이 난다”면서 “사실상 시한부 상태”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나마 1차 하청업체인 대형 공장은 주 3·4일 근무제로 전환해 가동률을 급격히 낮추고, 소형 공장은 격월 무급휴가나 직원 감축으로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보유한 내부자금으로는 9월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장 가동률이 40%로 떨어지면서 매각이나 경매 등을 통한 매물도 급증하고 있다. 일부 공단의 경우 마스크 붐에 맞춰 돈이 될 수 있는 마스크 공장으로 잇따라 전환하다 보니 폐업한 제조공장의 빈자리를 마스크 공장이 메우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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