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다음 경제위기는 언제 올까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




갱도에서 사선을 넘는 광부들은 카나리아를 옆에 두고 유독가스를 탐지한다. 위험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일은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경제위기는 많은 변수간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미리 알기 어렵다. ‘블랙스완’의 작가 나심 탈레브는 경제위기와 같은 꼬리 리스크는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차라리 위기가 왔을 때 이익을 볼 수 있는 안티프래질한 체질로 바꾸라고 조언한다.


90년대 말 외환위기는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 기적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던 시점에 발생했다. 산업화 후발주자로서 급속한 경제개발 과정에 누적된 막대한 부채와 시스템의 취약성은 외환이라는 약한 고리를 타고 속절없이 녹아 내렸다. 2008년 글로벌 위기는 선진국 금융에 독버섯처럼 퍼진 탐욕과 무책임의 결과였다. ‘저신용 서브프라임’ 주택 대출을 묶고 쪼개고 재포장해 만든 자칭 ‘고신용’의 금융상품(MBS, CDO 등)이 사실상 허위로 밝혀진 후 우리를 포함 세계 경제는 쓰나미에 휩쓸렸고, 미국, EU 금융재정시스템의 취약성은 확대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은 G2 패권경쟁에 더해 다음 위기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으나, 많은 사람이 걱정하면 오지 않는 위기의 특성과 인간 대응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시기와 규모는 예상하기 어렵다. 위기의 원인이나 방아쇠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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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적으로 보면 코로나 충격은 최소 1~2년 지속되면서 경제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고전하고 있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수출과 매출 부진까지 겹쳐 저금리 부채에 의존해 생존의 긴 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비즈니스 모델이 훼손되는 기업은 도산할 수도 있다. 이들을 지원해야 하는 정부와 소득 감소가 불가피한 개인은 기초 체력이 고갈될 것이며, 많은 정상 기업이 한계기업으로, 한계기업은 좀비기업이 될 것이다.

저이자율이 지속될 수 있다면 기업의 고부채, 저수익 상황 또한 같이 살아나가면 되겠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G2 패권 경쟁은 11월 미국 대선과 중국의 내부적 필요에 의해 일시 휴전에 들어갔지만 홍콩 이슈, 코로나 책임까지 더해 내년 이후 확전되면서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중국 견제는 기술 패권경쟁이 근저에 있고, 트럼프 행정부만의 아젠다가 아니고 미국 민주당, EU, 일본도 내심 원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경기침체로 제로금리가 이어지면서 우려되는 자산인플레이션도 위험요인이다. 미래 수익이 감소해도 할인율 인하가 더 크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시장 원리지만,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용인될 수 없다. 어떤 이유로든 금리가 크게 오르고 G2 패권 경쟁이 심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지나 낭떠러지로 접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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