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종교적 이유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지난 2018년 11월 전원합의체 판례를 통해 정당한 사례로 인정한 이래 처음이다. 하지만 전원합의체에서 제시했던 양심적 병역거부의 판단 요소 가운데 형식적인 부분만 적용해 유죄로 봤다는 지적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9일 이모씨의 병역법 위반 상고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지난 2015년 11월 강원도 춘천시 102보충대로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 집총을 거부하는 교리에 따라 입영을 거부했다.
그는 2016년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았고 2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상고심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 기준에 따라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씨가 침례 의식을 거치지 않았지만 모태신앙으로서 어머니의 영향 아래 어릴 적부터 신앙 활동을 해 온 점을 인정했다. 또 각종 선교 및 봉사활동 등 생활의 상당부분을 종교활동에 매진해 왔다고 판단했다. 일관되게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대법원은 파기환송심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종교의 중요한 의식인 침례를 원심의 변론종결 당시까지도 받지 않았다”며 “침례 여부는 피고인의 종교적 신념이 얼마나 내면화·공고화됐는지 볼 단초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한 침례를 아직 안 받은 경위와 향후 계획 등을 밝히지 않았으며 교회의 사실확인원 등 객관적 자료도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을 받아들이려면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충실히 심리해야 함이 하급심에 전달될 걸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원합의체의 판례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것을 소부 차원에서 뒤집은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주심을 맡은 이 대법관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영훈 법률사무소 해율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판단할 땐 종교활동 참여 등 실질적 부분을 따져야 하는데 침례나 교회 사실확인서 여부 등 형식적 요소를 중심으로 판단한 걸로 보인다”며 “파기환송심에서 상당한 논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