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이창길 대표, "노포와 협업해 메뉴 개발, 개항로만 가진 매력"

쇠퇴해가던 인천 원도심 중구 개항로

2년 전 개항로의 역사적, 건축적 매력에 주목한 '개항로프로젝트'

10여개 건물 사들여 카페, 식당, 갤러리, 술집 등 열어

오랜 시간 쌓은 철학이 있는 노포와의 협업 중요

주변 상인들과 함께 개항로 알리는 프로젝트도

외지인뿐만 아니라 정주민도 늘려야

인천을 서울의 위성도시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중 3분의 2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지만 대부분 인천을 스쳐 지나간다. 이처럼 인천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히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인 중구 개항로는 인천 사람들의 발길조차 닿지 않을 정도로 낙후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개항로의 역사적 배경과 특색 있는 건축물, 오래된 노포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2년 전 ‘개항로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부터다. 개항로 프로젝트는 인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창길 대표를 비롯해 디자이너·셰프·사업가·의사·기획자 등 20여명이 모여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들은 개항로의 오래된 건물을 사들여, 카페와 식당, 술집,갤러리 등으로 탈바꿈시키며 개항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창길 개항로 프로젝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창길 개항로 프로젝트 대표 /사진=고병기기자


-왜 개항로를 선택했나.

개항로는 가진 게 많다. 1883년 개항 이후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고, 건축적으로는 개항 이후 현재까지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차가 없던 시절에 도로가 만들어져서 도로폭도 사람 중심적이다. 도로 사이사이에 골목들이 많아 확장성이 큰 것도 장점이다.

-서울에도 그런 곳은 많다. 그것만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실제 준비 과정에서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을 수 있는 개항로만의 강점을 찾으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게 노포다. 우리가 아무리 개항로를 잘 만들어도 따라 할 수 있다. 특히 지금은 따라 하는 게 아주 쉬운 시대다. 근데 노포는 오랜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고, 철학이 녹아 있기 때문에 따라 하는 게 불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애플을 100% 못 베낀다. 결국 1%가 차이를 결정한다.

-노포와는 어떻게 협업하나.

노포를 운영하는 분들을 어른으로 대접하고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방식으로 일한다. 개항면은 전국에서 최초로 쫄면을 만든 곳으로 유명한 광신제면과 함께 면을 만들고, 개항로통닭은 1968년부터 개항로를 지키고 있는 전원공예사에 목간판을 의뢰했다. 앞으로 개항로프로젝트의 모든 가게들이 노포와 협업해서 메뉴를 만들 계획이다.

개항로프로젝트에서 선보인 ‘개항면’은 한국에서 쫄면을 가장 처음 만든 가게로 알려진 ‘광신제면’의 면을 가져다 쓴다. /사진=고병기기자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개항로의 장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포를 운영하는 어르신들에게 일감을 주면서 경제적인 이윤을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계속 장사를 할 수 있고 물려줄 수도 있다.

개항로프로젝트가 사무실로 사용하는 공간에 마련된 개항로의 노포 사진들. 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표는 노포들과 협업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 전하고 있다. /사진=고병기기자


-오래된 건축물을 활용하는 이유는.

개항로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개항로에는 인건비가 싼 옛날에 지은 건물들이라 지금 신축을 해서는 도저히 지을 수 없는 건물들이 많다. 또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시대에 지은 건물이다 보니 각각 개성이 뚜렷하다, 옛 건축물 자체가 가진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부술 이유가 없다.

오랜 역사를 간진한 특색 있는 건축물들은 개항로가 가진 매력 중 하나다. /사진=고병기기자


- 개항로프로젝트에서 선보인 공간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가게를 여는 기준이 있나.

처음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개항로에 놀러 왔을 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가게를 열었다. 카페, 음식점, 갤러리, 술집 등이다. 약 10여개의 매장을 연 후에는 개항로프로젝트 맴버들이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있다.


-추가로 준비 중인 가게는.



고깃집·차이니즈포차·서점, 그리고 술집을 준비하고 있다. 언제나 현재 개항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술집을 예로 들면, 개항로는 늦게까지 여는 술집이 없다. 그런데 개항로 주변에는 장사하는 사람들도 많아 늦은 시간까지 손님이 있다. 늦게까지 영업하는 술집이 필요 하다 생각했다.

-건물을 직접 소유하는데.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다. 건물을 소유하고 장사를 해야만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수 있다. 또 더 많은 투자를 해 더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부담은 없었나.

저평가된 지역이라서 가능했다. 다른 지역에서 권리금·보증금·임대료를 내고 장사를 하는 것보다 개항로에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사고 이자를 내는 게 더 쌀 정도였다.

-낙후된 지역에서 장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 주변인들이 다 반대했다. 심지어 가족도 반대했다. 다만 저는 간단하게 생각했다. 정보가 빨리 전달되는 시대다. 스마트폰도 다 가지고 있다. 최고로 잘 만들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실력만 있으면 드러나는 시대다.

-20여명이 모여 함께 일하는데 어떤 벙식인가.

각자 필요한 부분들을 서로에게 묻는다.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얻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멤버들이 각자 위치에서 전문가들이고, 다 특기가 있다. 지식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서로 득이 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

-주변 상인들과도 협업할 생각이 있나.

개항로프로젝트와 주변 상인들은 사람들이 개항로를 찾게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게 공통의 목표다. 개항로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이 각자가 생각하는 개항로를 즐길 수 있는 ‘개항로 코스’를 만들고 있다.

인천 유일의 비건 식당 ‘더 비기닝’을 운영하는 임세진 사장 그는 개항로프로젝트 멤버는 아니지만 개항로프로젝트와 협업하고 있다. /사진=고병기기자.




-앞으로 개항로가 어떤 지역이 되길 바라나.


외지인이 찾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개항로는 계속해서 인구가 줄고 있다. 정주민을 늘리는 것이 개항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고병기 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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