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자들의 부동산 사랑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자라’의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유럽 부호들 중에서 최고의 부동산 거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르테가 창업자의 개인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인 폰테가데아는 지난 7일(현지시간) 부동산 자산 규모가 17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폰테가데아가 부동산 자산 운용 규모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폰테가데아는 작년 한 해 동안만 부동산에 약 24억달러를 투자했습니다. 폰테가데아는 지난해 부동산으로 약 7억달러의 임대 수익을 올렸습니다. 오르테가 창업자의 이 같은 부동산 재테크를 두고 블룸버그는 “글로벌 부동산 제국”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10대 부자 중 한 명인 오르테가 창업자는 수년 전부터 부동산 투자를 확대해 왔습니다. 패션 사업으로 축적한 막대한 부를 보존하기 위해서 입니다. 오르테가 창업자는 2001년 폰테가데아를 설립하고 인디텍스 배당금을 활용해 부동산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오랜 패션사업 경험을 바탕을 전 세계 주요 핵심 상권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초고층 빌딩 ‘토레 피카소’를 사들이며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뉴욕, 런던 등에서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제치고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미국에서만 30억달러가 넘는 부동산을 사들였습니다. 뉴욕 맨해튼의 유서 깊은 빌딩인 하크오트를 비롯해 마이애미, 시카고, 워싱턴, 시애틀 등에서 오피스 빌딩과 호텔을 매입했습니다. 특히 폰테가데아는 인디텍스로부터 나오는 막대한 배당 수익을 바탕으로 대출 없이 현금으로만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도 2015년부터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오르테가 창업자는 지난 2015년 서울 명동에 위치한 복합상업시설 ‘엠플라자’를 4,300억원에 사들였습니다. 당시 오르테가 창업자는 이지스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 시장을 대표하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엠플라자를 매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명동 엠플라자는 오르테가 창업자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매입한 부동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간 유럽과 미국 중심이었던 오르테가 창업자의 부동산 투자가 아시아 지역으로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작점 이었습니다. 이후 2016년 말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에이치앤엠(H&M) 건물을 325억원에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폰테가데아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호주,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목하는 투자처로 꼽기도 했습니다. 현재 폰테가데아의 부동산 투자 포트폴리오는 미국이 35%, 영국이 30%, 스페인이 25%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편 오르테가 창업자의 인디텍스 그룹은 자라를 비롯해 마시모두띠·풀앤베어 등의 패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10대 부호 중 한 명입니다. 올해 포브스가 집계한 전 세계 갑부 순위에서 오르테가 창업자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에 이어 6위에 올랐습니다. 오르테가 창업자는 최근 부동산을 통해 부를 불리고 있지만 본업인 패션사업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 세계 매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올해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디텍스의 주가는 연초 대비 25% 가까이 하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