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실패가 없으면 인공지능(AI)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이달 초 조용병(사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서울 여의도 신한AI 본사에 ‘깜짝’ 방문했다. 배진수 신한AI 대표도 여름 휴가차 자리를 비우고 사무실에는 스무 명 남짓의 직원들만 있을 때였다. 평소 “그룹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인적 역량”이라고 강조해온 조 회장은 이날도 ‘디지털 신한’ 청사진의 최일선에 있는 신한AI 직원들의 격의 없는 생각을 직접 듣고 싶다며 조용히 사무실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그룹사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지난해 1월 오렌지라이프 타운홀미팅과 그 해 9월 신한AI 출범식 이후 처음이다.
신한AI는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권 최초로 설립한 AI 전문 자회사다. 조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온 AI 역량 강화의 정점에 있다. 조 회장은 이날도 신한AI 직원들을 만나 신한AI의 사업들이 그룹의 디지털 전환 노력과 어떻게 융합하고 가속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특히 조 회장의 아이디어로 최근 신한AI가 개발에 성공한 AI 기반 시장 경고 시스템의 보완점과 공정가치 산출 방법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오갔다. 매일 655만개 이상의 시나리오를 점검해 금융시장 리스크를 예측·경고해주는 이 시스템은 신한금융 계열사는 물론 외부에서도 도입을 타진할 만큼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쉴 틈 없이 달려온 직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며 더 대담하게 도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실패도 성과지표(KPI)의 하나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한 직원의 의견에 조 회장도 적극 동의하면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는 회장인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경험의 일부로 인정하고 오히려 ‘빨리 실패할 것’을 장려하는 구글X의 철학과도 맥이 닿는 대목이다. 신한AI의 한 관계자는 “리더가 직접 실패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조직 문화·선례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깜짝 면담을 마친 뒤 조 회장은 신한AI 직원들에게 피자와 파스타 기프티콘을 선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에서도 대세가 된 ‘언택트(비대면)’ 흐름에 발맞춰서다. 따로 식사 자리를 마련해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조 회장의 의견도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