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의 손이 바쁘다. 술과 얼음을 넣은 '쉐이커'를 힘차게 흔들어준다. 미리 준비된 잔에 멋드러지게 따르고 이에 알맞은 데코까지, 눈이 즐겁다. 다음은 입이 즐길 차례다. 이렇게 만들어진 칵테일을 천천히 음미한다.
바텐더는 손님의 눈과 입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직업이다. 세계 최고의 바텐더를 가리는 '2015 월드 클래스' 우승자이면서 '2016 국내 바 문화를 선도하는 베스트 바텐더'로 선정된 임병진 바텐더를 만났다.
임 바텐더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재미있기 위한 많은 고통, 매력 있기 위한 많은 희생이 수반된다"고 표현혔다. 그를 통해 바텐더라는 직업, 그리고 바텐더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들어봤다.
Q. 신입 바텐더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손님에게 자신의 매력을 가감 없이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고, 그래서 굳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잘하는 것은 부각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부족하다고 인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술과 서비스라는 매개체가 있을 뿐 결국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Q. 술 공부,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요?
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술을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장 적합한 것은 막걸리인데요. 쌀을 불리고, 물기를 빼고,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막걸리, 동동주, 약술 등 많은 술이 탄생합니다. 증류를 시키면 소주가 되기도 하죠. 한 잔의 술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면 위스키, 럼 등 주종마다 가진 차이점을 재밌게 받아드릴 수 있을 겁니다.
Q. 바텐더는 어떤 도구들과 친해져야 할까요?
계랑컵(지거), 바스푼, 쉐이커 등이 있습니다. 지거는 말 그대로 정확하게 얼마를 따라야 하는지 용량을 알려주는, 레시피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바스푼은 많은 재료를 저어내고 잘 섞였는지 확인하는 도구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힘듦과 쾌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도구는 셰이커입니다. 셰이커에 얼음을 넣고 흔들 때 손안에서 돌아가는 얼음의 생명력과 칵테일의 완성 과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텐더는 이 도구들과 함께 놀고 생활하면서 도구를 믿어야 합니다.
/노윤주 기자 daisyr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