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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AI' 창조력은 어디까지 일까

[책꽂이-창조력 코드]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북라이프 펴냄

수백만년 인간진화의 결과 '창조력'

그 밑바탕엔 작동 규칙 숨어있어

딥러닝으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AI

미술·문학·음악 영역까지도 넘봐

인간과 AI의 현명한 공생 모색




“그렇게 아름다운 곡을 들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새로웠고, 명백히 쇼팽풍이었으며, 감정도 담겨 있었다.”

인공지능(AI) 작곡가 에미(Emmy)가 발표한 쇼팽풍의 곡은 음악 전문가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작곡가 데이비드 코프는 오페라를 작곡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으나 곡이 잘 써지지 않자 ‘AI가 작곡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코프는 작곡가별로 곡을 분석하고 특징을 파악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고, 에미가 이를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작곡하도록 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선율의 이 곡이 알고리즘을 토대로 AI가 작곡한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했고,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음악에서 뿐만이 아니다. 기계 학습을 통해 문학 창작에 도전하는 보트닉(Botnik)의 새 소설은 ‘해리 포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AI 화가는 사소한 붓 자국의 비일관성을 지적받았을 뿐 ‘렘브란트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간 ‘창조력 코드’는 ‘AI’와 ‘창조력’이라는 현재 과학계의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AI의 창조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본다. 기계가 결코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 여겨졌던 창조의 영역에서도 기계의 대활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다가올 미래에 인간과 AI의 현명한 공생법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인 마커스 드 사토이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수학과 교수로 ‘소수의 음악’ ‘대칭’ 등 다양한 저서와 각종 방송, TED 강연 등 다양한 활동으로 과학의 매력을 대중들에게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책은 저자의 풍부한 인문·예술 지식과 방대하고 꼼꼼한 자료 조사의 결과물이다. 그렇다고 학술적이고 이론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그가 직접 경험하고 본 AI의 현주소와 이에 대한 감상도 함께 펼쳐냈다. 저자와 같은 왕립학회 회원이자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팀의 수장 데미스 허사비스가 맡은 ‘미자르 프로젝트’의 개발 연구소를 직접 방문한 일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의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케임브리지 연구소에서 그들의 학습 과정을 지켜본 일화도 담겼다.


수학자인 그가 왜 창조력과 AI라는 이슈에 골몰하게 됐을까. 저자는 “AI, 기계 학습, 알고리즘과 코드는 본래 수학과 관련이 있다”며 “개인적인 이유도 더해졌는데, AI 분야의 새로운 개발품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수학자라는 직업이 인간에게 남아 있을지 궁금해졌다”며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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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책은 먼저 창조력은 무엇인지 그 본질을 고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창조력이란 새롭고, 놀라우며, 가치 있는 무언가를 내놓고자 하는 충동이다. 저자는 “창조력은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로 우리 뇌 속에서 발달해 온 일종의 코드”라며 “인간의 창조적 표현물을 살펴보다 보면, 그 창조 과정의 밑바탕에 규칙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 코드가 기계에 적용돼 기계가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와 수학적 기본 원칙을 살펴보며 미술, 문학, 음악 등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의 창조력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2020년 현재, 기계는 더 이상 명령에만 따르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기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해 나가며,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만 저자는 “예술의 영역이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일”이라는 독일 화가 파울 클레의 말을 인용하며 기계가 독자적인 의식을 얻기 전까지는 기계의 창조력이란 인간의 창조력을 확장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언젠가 의식을 가진 기계가 등장한다고 해도 그들의 의식은 우리의 것과 사뭇 다를 것이다. 저자는 “혹시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게 된다면 인류의 운명은 인간과 의식 있는 기계가 서로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우리가 기계의 코드를 풀고 기계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는 결국 기계의 그림, 곡, 소설, 수학 지식 같은 창조적 결과물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2만원.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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