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의 범법행위에 연루된 인물이 사실상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계열사인 한국아트라스BX의 대표 역할을 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조 사장은 창업주이자 부친인 조양래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으며 형인 조현식 부회장을 제치고 경영권 승계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아트라스BX는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로 그룹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조양래 회장 등 오너가가 각 31.13%, 42.91%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6,480억원, 영업이익 646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계열사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아트라스BX는 상장사임에도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대표이사를 두고 경영을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이 회사 대표이사는 최석모 대표이사지만 조 사장의 측근인 A씨가 사실상의 대표이사로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아트라스BX의 임직원이 열람할 수 있는 사내조직도에는 A씨가 최 대표의 상사인 대표이사로 기재돼 있다. 최 대표는 상무로 연구개발담당으로 돼 있다. 현행 상법은 이사회나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회사의 대표이사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대표이사 유고시 권한을 대행할 권한을 가진 사내이사도 아니다.
한국아트라스BX가 A씨에게 사실상 대표이사 업무를 맡기자 소액주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을 시도했다가 주주들의 반발을 샀던 인물을 내부적으로 대표이사로 기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27일 공시를 통해 A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겠다고 밝혔던 한국아트라스BX는 소액주주들이 A씨가 배임수재와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사장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던 이력을 문제 삼자 해당 선임안건을 주총에서 뺐다. 주주들은 검찰이 조 사장 재판에서 A씨를 ‘자신이 관리해왔던 한국타이어 납품업체 대표에게 조 사장의 차명계좌로 매달 500원씩 총 6억여원을 송금하도록 지시한 인물’이라고 판단한 만큼 사내이사 선임이 불가하다고 반발했다.
외부에는 최 대표이사를 내세우고 내부에서는 A씨가 사실상 대표이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보은성 인사’를 감추려는 꼼수라고 비난하고 있다. 권성만 사단법인 한국소액주주연구회 회장은 “사적 이익을 취하려고 범죄를 저지른 조 사장이 자신의 범죄와 연루된 사람을 계열사 대표이사로 앉힌 계획적 행위”라며 “회사 가치를 떨어뜨리고 소액주주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에 대해 “A씨가 대표이사 결재권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A씨는 영업 등 회사 경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조양래 회장은 지난달 26일 돌연 둘째 아들인 조 사장에게 자신의 지분 23.59%를 매각 형태로 모두 넘겼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나흘이 지나고 나서야 대주주 지분 변동을 공시해 최대주주 변경에 있어 늦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