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사모펀드가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한 동을 통째로 매입한 것이 알려지면서 금융투자업계와 부동산업계의 관심이 동시에 쏠리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 사모펀드는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삼성월드타워’를 사들였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가 아파트에 직접 투자하는 건 이례적인 사례로 최근 집값 폭등으로 인한 정부의 규제 강화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는 1997년 입주를 시작해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한 동짜리 아파트로, 전체가 한 개인 소유였다가 이지스자산운용에 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매가는 약 400억원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은 임차인들의 잔여 임대차기간을 고려해 약2년 후 리모델링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로 이달 임대주택을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투자회사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 리츠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인 인천시 ‘부평더샵’을 기초자산으로 하는데, 이번에 삼성월드타워를 매입한 사모펀드는 이 리츠와는 별개로 알려졌다.
사모펀드가 그동안 빌딩·오피스·물류센터 등에 투자해 임대수익 등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런 아파트 직접 매입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피스텔 등에 비해 아파트가 운용 수익률이 안 나기 때문에 그동안 투자가 거의 없었다”면서 “그러나 임대수익에 매각 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강남이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모펀드는 삼성월드타워를 사들이면서 강남에 46개 아파트를 소유하는 ‘다주택자’가 됐다.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주로 소수의 ‘큰 손’에 의해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사모펀드를 통한 매입은 다주택자에 대해 강화된 규제를 피하면서 시세차익도 누릴 수 있는 우회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개인이 투자용으로 다주택을 매입하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모펀드라는 방식을 통해 투자하고, 나중에 자산가치가 올라간 뒤 차익을 나누는 방식이라면 주택 규제를 피하려는 수단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투자자로서는 법인을 세우거나 자산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펀드 뒤에 숨어서 매각 차익 등을 누릴 수 있다. 또 사모펀드를 통한 방식은 향후 차익 가치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 등 특정 지역에 쏠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값 상승을 더욱 부추길 소지도 크다.
한편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이번 거래와 관련 올해 3월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4월말까지 거래가 완료되는 것이 목표였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거래가 연기됐을 뿐,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서울 내에서 신규 공급할 주택 부지가 없는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를 통해 노후화된 건물들을 매입 후 리모델링을 통해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시장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부동산 펀드 역시 일반 법인과 동일한 세제를 적용을 받는 만큼 투자 규제 회피 목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