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단독] 이인영 아들, 유학 연계기관 설립 1년전 이미 '입학예정생'

고3 올라간 직후인 2012년 3월부터 예비과정 밟아

첫 설명회·발기인총회·설립인가 시점보다 더 이전

당시 학생 3명 중 유일하게 스위스 유학 가서 학사

상대적으로 해외 학위 받는 '쉬운 길' 준비 의혹

아들, 2015~2016년엔 학교에서 478만원 소득도

李배우자, 2010년께 시민단체 시절 설립자와 인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아들 이모(26)씨가 스위스 유학을 연계한 교육기관이 설립되기 1년 전, 고3에 올라간 직후부터 이미 해당 학교 진학이 예정된 학생으로 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이 존재하지 않아 전형 과정이 확정되기 전부터 입학 준비 교육을 받기 시작해 해당 학교 첫 입학예정생-첫 입학생-첫 졸업생-첫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 학부 편입 유학생-처음이자 마지막 1년짜리 과정 학사 학위 등의 코스를 밟은 것이다. 이 후보자나 이 기관 이사인 아내 이보은 (사)농부시장 마르쉐 상임이사가 아들의 교육기관이 설립되기 전부터 이미 해외 학위 취득 가능성을 염두에 뒀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다른 학생들은 수시나 수능 준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던 고3 초입부터 스위스 유수 학교 학위를 상대적으로 쉽게 얻는 길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단독] 이인영 아들 '스위스 유학' 지원 기관에 엄마가 이사회 임원

20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에 따르면 이씨는 고교 재학 시절인 2012년 3월부터 이미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일명‘파티’)’의 예비학교 과정을 밟았다. 당초 이씨가 2013년 ‘파티’ 설립 직후 1기생으로 입학한 사실만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그보다 최소 1년여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파티’는 2012년 11월 첫 설명회를 거쳐 그해 12월30일 발기인 창립총회를 열고 이듬해 4월 설립 인가를 받았다.


당시 이 과정을 밟았던 학생은 이씨와 유명 작가 A씨의 자녀 등 총 3명이었다. ‘파티’의 온라인 오픈 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이씨 등은 1년간 서울 마포구 상수동 등에서 5명의 스승에게 드로잉·시·사진·그래픽디자인·동양화·전각 등을 수업받았다. 당시 이들을 가르쳤던 B화가는 2012년 5월 자신의 블로그에 이씨, A씨 자녀 등 2명을 가리켜 ‘한국 사회에서 나름 자신의 위치가 확고한 분들의 자식’ ‘파티 예비대학생’이라고 표현하면서 “먹고 자고 합숙훈련하듯 수업을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기관 설립을 주도한 안상수 당시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은 2012년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티’의 설립 추진 철학을 ‘제도권 교육을 극복하는 대안 네트워크 학교’라고 소개하며 “스위스 바젤디자인대학과 공동 학위 문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이씨가 입학 준비과정을 이미 밟고 있었던 만큼 ‘파티’ 설립 이전부터 이 후보자와 배우자가 아들의 스위스 학교 학위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당시 예비학교 학생 3명 중 스위스 유학으로 해외 학사 학위를 받은 건 이 후보자 아들이 유일하다. A씨 자녀는 ‘파티’에 1기생으로 입학은 했지만 최종 졸업생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다. 또 다른 학생은 2014년 군대에 입대한 뒤 복학해 지난해에야 졸업했고 유학도 떠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파티’는 교육부에 정식 인가를 받은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이곳과 연계된 해외 학교로 편입해야만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이씨는 2017년 2월까지 ‘한배곳’이라는 4년여 간의 교육과정을 마쳤다. 그 후 이 학교를 통해 2017년 8월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에 학사 편입생이 돼 유학을 떠났다. 지원 가능한 1기 졸업생 14명 중 2명이 선발됐고 그중 하나가 이씨였다. 이씨와 함께 스위스로 유학을 간 다른 학생의 경우 이씨처럼 예비학교 출신은 아니었다.


‘파티’에 따르면 유학 지원은 학생 자율로, 바젤디자인학교의 독자적인 절차에 따라 선발이 이뤄진다. 이씨는 여기서 단 1년 만에 학사 학위를 받고 2018년 10월 귀국했다. 이씨가 학사 학위를 취득한 이듬해인 2019년부터는 바젤디자인학교 측의 요청으로 학사 학위 이수 기간이 2년으로 늘었다. 이씨의 교육 과정 전반이 모두 학교 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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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학생 시절인 2015년과 2016년에 ‘파티‘에서 각각 148만8,000원, 2016년 330만원의 소득도 거뒀다. 이 소득이 어떤 업무에 대한 대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장학금 성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전경. /사진제공=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홈페이지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전경. /사진제공=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홈페이지


이 후보자나 그의 배우자가 ‘파티’ 설립 추진 사실과 스위스 유학 연계 가능성을 언제부터 알았는지는 이 후보자 측에서 아직까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이사와 안상수 전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은 적어도 2010년쯤엔 안면이 있던 사이로 추정된다. 실제로 안 전 이사장의 홈페이지에는 2010년 2월과 2012년 3월 이 이사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또 이 이사는 2010년 8월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으로서 안 전 이사장과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가 참여하는 ‘With a cup(위드 어 컵)’이라는 공익캠페인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조 명예교수는 2007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냈고 ‘파티’ 초창기엔 이사로 참여했다.

이 이사가 소속됐던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1999년 만들어진 시민단체다. 이 이사가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사)농부시장 마르쉐는 이 단체의 우산조직으로 존재하다 2017년 2월 독립했다. ‘도심 속 농부시장’을 콘셉트로 하는 일종의 생활협동조합이다.

이 이사는 아들 이씨가 스위스 유학을 떠나기 넉달 전인 2017년 4월부터는 ‘파티’ 2기 이사회 멤버가 됐다. 이 학교 이사진에는 이사장인 이기웅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사업협동조합 명예이사장을 비롯해 박정희 정부 시절 중앙정보부장·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을 지낸 고(故) 신직수씨의 딸이자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부인인 신연균 아름지기 이사장,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내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유력 인사들이 포진됐다. 또 안 전 이사장,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장 및 현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 민병걸 서울여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금누리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등 미술·디자인업계의 저명인사들이 포함됐다. 일반 졸업생 학부모로는 유일하게 이 후보자 아내가 합류했다.

‘파티’는 지난 17일 ‘파티 스승과 함께 드림’이라는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이 후보자 아들의 스위스 학위 연계에 따른 편입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다”며 “바젤디자인학교 학생 선발 과정은 해당 학교의 고유 권한이므로 배우자의 영향력 행사는 있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파티’에는 여러 ‘스승’이 있는데, 이 후보자의 아내도 ‘삶’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석기 의원실 관계자는 “만약 이 후보자 부부가 아들의 스위스 학교 학위가 가능한 것을 알고 교육시설 설립 과정에 관여했다면 이 역시 일종의 ‘부모 찬스’로 볼 수 있다”며 그 경위를 이 후보자 측에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제 취재진은 통일부 공식 채널을 통해 ‘이 후보자가 ‘파티’ 설립 1년 전 어떻게 이 과정을 알았는지’ ‘예비학교 때부터 스위스 유학 과정을 염두에 뒀던 것인지’ ‘후보자나 배우자가 ‘파티’ 설립 과정에 일정 부분이라도 관여했거나 설립자와 논의한 바가 있는지’ 등을 수 차례 문의했으나 이 후보자 측은 답변을 주지 않았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 후보자와 아들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질문에 “23일 인사청문회에서 소상하게 밝힐 것”이라고만 대답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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