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이모(26)씨가 지난 3월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이 주도하는 청년예술청 개관 사업 다자인 용역을 받는 과정에서 사실상 ‘쪼개기 계약’을 한 게 아니냐는 야당 측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이씨와의 계약을 두고 “사업비 2,000만원 이하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반박했으나 실제 총 사업비는 7,000만원 이상이었고, 형태만 수의계약이었을 뿐 금액 자체는 이씨 등 기획단 핵심 관계자들이 자체적인 협의 아래 책정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단독] 이인영 아들, '부정교합'으로 신검 연기 뒤 6달만에 '척추병'으로 軍면제
22일 미래통합당 김석기 의원실이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씨가 참여한 서울 청년예술청 개관 준비 사업비는 총 7,642만원이었다. 이씨는 이 가운데 745만원을 용역비로 받았는데 이는 재단과 직접 협상해 정한 금액이 아니었다. 재단은 청년예술청 개관기획단에 총액만 제시한 채 10개 워킹그룹 별로 알아서 이를 분배하도록 했다. 용역비 분배는 각 그룹장들이 주도했는데 이씨는 개관기획단의 디자인 워킹그룹장이었다. 서울시는 앞서 이씨의 용역 계약 소식이 전해지자 “수의계약 가능 범위인 2,000만원 이하로 이뤄진 계약이라 문제 될 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재단은 총액만 제시하고 각 워킹그룹 별 금액 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액수는 그룹장들끼리 협의를 통해 정해졌고 재단은 이를 존중해 그대로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김석기 의원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라도 통상 발주 기관에서 액수를 먼저 제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쪼개기 계약’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석기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당시 개관 준비 사업비 7,642만원 가운데 642만원은 개인 프로젝트에 들어갔던 돈이었다. 그 외 재료비와 개관 행사 외부 출연진 비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기획단 용역비로 집행된 돈은 3,671만원이었다. 이씨는 이 가운데 본인인 속한 디자인 워킹그룹 4명의 몫으로 745만원을 얻은 것이다. 이씨는 이를 바탕으로 일주일간 청년예술청 개관 CI(기업 이미지) 및 개막식 기념품 제작, 홍보 이미지 편집 등의 용역을 수행했다.
김석기 의원실은 이씨가 해당 프로젝트에 그룹장으로 참여하게 된 경위에도 의문을 품었다. 재단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2월 청년예술청 조성 관련 전문가·예술가 자문회의 때 디자인 워킹그룹 참여 희망 아티스트로 처음 기획단 활동에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청년예술청 개관 사업을 총괄하던 예술인 A씨가 주변인들을 통해 초대하고 추천받는 ‘자발적’ 방식으로 모았다는 설명이다. A씨는 기획단을 운영하다 성희롱 의혹을 받고 현재 물러난 상태다.
국내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이씨가 해당 프로젝트를 A씨와의 직접적인 인연으로 알게 된 것인지, 다른 경로로 알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당시 개관기획단에 몸담았던 한 대학생은 “국내 미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이라도 ‘나는 예술인’이라는 정체성만 있으면 다 받아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야당 측은 A씨가 해당 사업을 총괄하게 된 과정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결정권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이 후보자와 박 전 시장 간 인연이 이씨의 참여에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석기 의원실 관계자는 “이 후보자와 박 전 시장 간 친분과 가족에 대한 각종 특혜를 여전히 의심 중”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