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기업 투자환경 개선 외쳤지만…대기업 홀대하며 세제지원 '찔끔'

[2020년 세법개정안]

10개 세액공제 '통합세액공제'로 일원화

대·중견·중소에 각각 1·3·10% 공제한다지만

대기업은 되레 혜택 줄어..산업계 '그림의 떡'

개인 유사법인 초과 유보소득, 배당으로 간주

“주주의 배당소득 과세 앞당기는 효과”

최대주주 배당 특수관계인에 몰아주기도 차단

기획재정부가 22일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에서 제시한 첫 번째 주요 내용은 기업환경 개선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기업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제지원 방식이 지나치게 투자 증가를 이끌어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에 맞춰지다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산업계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푸념이 나왔다. 지원 대상도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고 고용 효과가 큰 대기업은 등한시한 채 중소기업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남기(왼쪽 세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2020년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홍남기(왼쪽 세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2020년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



中企 투자하면 10% 세액공제


기업 세제지원 측면에서 이번 세법개정의 핵심은 10개 세액공제제도를 하나로 통일한 통합 투자세액공제 신설이다. 현행 세법상으로는 연구개발(R&D) 설비, 생산성 향상 시설, 안전 설비, 에너지 절약 시설 등으로 지원 대상이 제각각이었다. 적용 공제율도 다 달랐다. 요건도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지는 공제도 적지 않았다. 이를 하나로 합한 통합 투자세액공제는 △대기업 1% △중견기업 3% △중소기업 10%의 기본 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직전 3년 평균 투자액을 초과하는 투자에 대해서는 3%의 추가 공제를 적용해준다.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에 대해서는 기본 공제보다 2% 높은 3%·5%·12%(대·중견·중소)의 공제율을 적용하고 상시근로자 수 유지 조건과 일정액을 R&D 투자에 써야 한다는 요건도 없앴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성장기술 시설 투자세액공제는 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과감하게 대상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투자세액공제 개편 등을 통해 최소 5,500억원 이상의 세제지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소득·법인세를 최대 30%까지 감면해주는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제도도 오는 2022년 말까지 2년 연장하기로 했다. 당장 발생한 결손금을 나중 소득에서 공제해주는 기간도 10년에서 15년으로 늘리고 세액공제 이월공제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했다. 대규모 투자를 하고서 이익이 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기업들이 충분히 공제 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취지다. 유턴기업 지원 요건이었던 ‘해외 사업장 생산량 50% 이상 감축’은 폐지했고 벤처기업 투자에 대해서는 투자 금액의 최대 100%를 소득공제해준다.


법인세 못 건들고 대기업 ‘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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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투자세액공제를 단순화하고 공제율을 단일화한 것은 긍정적 평가가 많다.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춰준 것도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지원 수준이다. 법인세 최고세율(25%)을 그대로 둔 채 각종 특례법을 동원한 찔끔 지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기업 홀대도 과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에는 통합 투자세액공제율이 1% 적용된다. 기존 생산성 향상 설비 투자 공제율 1%와 변화가 없다. 심지어 올해 한시로 2%를 적용한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혜택이 줄었다. 이밖에 환경보전시설(3%), 5세대(5G) 네트워크 시설(3%),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5%), 근로자 복지증진 시설(3%) 등 통합 전 개별 공제율보다 되레 낮아졌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세수 영향을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대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이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남기(왼쪽 세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홍남기(왼쪽 세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


이전 3년 평균보다 투자를 늘리면 늘린 만큼에 대해 3% 우대 공제를 해주는 것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존폐가 걸린 상황에서 투자를 더 늘려 혜택을 받겠다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실제 투자분에 대해 세제 혜택을 줘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과감함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유턴기업 지원도 요건만 완화했을 뿐 지원 수준은 ‘5년간 100%, 추가 2년 50% 소득·법인세 감면’ 그대로다.

특수관계인 초과배당도 ‘꼼짝마’

‘2020년 세법개정안’에는 사실상 개인사업자이거나 가족회사인 개인 유사법인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소득을 배당하지 않고 쌓아두면 초과분을 배당한 것으로 간주해 배당소득세를 과세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인사업자들이 소득세(최고세율 42%)를 회피하기 위해 법인 전환 후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법인세(25%)만 내는 식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배당을 하지 않고 이익을 쌓아두면 법인세만 내면 된다.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이 지분율대로 배당을 받는 게 아니라 몰아서 배당을 받아 세 부담을 피하는 것도 차단된다. 예컨대 최대주주인 아버지 A가 지분율대로 받은 배당을 아들 B에게 증여할 경우 A는 배당소득세, B는 배당소득세에 아버지로부터 받은 증여이익에 대한 증여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A가 배당을 포기하고 B에게 몰아줄 경우 A는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절세가 된다. 개정 세법은 지분율을 넘어서는 초과 배당 증여이익에 대해 소득세와 증여세를 모두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초과 배당금액에서 배당소득세액만큼을 차감해 증여세를 부과한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대해서는 과세 합리화 차원에서 다른 이자·배당소득 과세특례 상품에 신규 가입할 수 없게 된다. 현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과세 종합저축 가입만 제한되고 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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