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수출 -16.6%로 57년만에 최저...정부는 V자 반등 '희망고문'

[2분기 성장률 -3.3%]

긴급 재난지원금으로 민간소비 1.4% 늘었지만 '역부족'

코로나 타격 예상보다 심각한데 洪 "3분기 회복 가능"

사실상 '리세션' 진입 시그널...한은 경제전망 수정할 듯









올해 2·4분기 경제성장률이 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예상했던 -2%대 중후반을 훨씬 밑도는 -3.3%를 기록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충격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경기하강 국면이었던 만큼 3·4분기 성장률이 반등하더라도 경기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은 2020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3.3%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1·4분기(-1.3%)에 이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1960년 경제성장률 통계가 시작된 후 우리나라 경제가 2분기 연속 역성장한 것은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1979년, 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카드대란이 발생한 2003년 등 세 차례뿐이다. 통상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리세션(경기후퇴·recession)’의 신호탄으로 본다. 한은은 이미 2017년 9월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돼 경기하강 국면을 지나고 있는데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가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민간 성장기여도 -3.1%p로 큰 폭 감소

문제는 정부뿐 아니라 한은마저 성장률 예측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6월 초 올해 성장률을 0.1%로 예상하며 2·4분기 성장률을 -2%대 중후반으로 전망했다. 한은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생각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문가 예측과 달리 쉽게 진정되지 않고 지속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정부와 한은이 현재 경기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면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2·4분기 성장률이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로 수출을 꼽았다. 수출은 전기 대비 16.6% 감소하면서 1963년 이후 5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순수출의 성장기여폭은 -4.1%포인트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2·4분기(-3.5%포인트)를 웃돌았다. 다만 민간소비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승용차 등 내구재 구매가 늘면서 1.4% 증가해 극심한 부진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민간 성장기여도는 1·4분기 -1.6%포인트에서 2·4분기 -3.1%포인트로 두 배로 늘면서 성장률을 더 끌어내렸다. 같은 기간 정부 성장기여도마저 0.2%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꺾였다.

관련기사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2·4분기 경제성장률은 -3.3%로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성형주기자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2·4분기 경제성장률은 -3.3%로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성형주기자


8월 경제전망 수정할 듯

결국 한은이 내놓은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5월 한은은 상반기 -0.5%, 하반기 0.1%, 연간 성장률을 -0.2%로 예상했다. 이미 상반기 성장률은 -0.8%로 전망치를 밑돌고 있다. 연간 성장률이 -0.2%가 되려면 3·4분기와 4·4분기에 각각 3%대 성장률을 기록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5월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다음달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0.2%보다 낮춰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과 한국판 뉴딜 등 정책 효과로 3·4분기에는 큰 폭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4분기 -9.8%(전기 대비)까지 떨어졌다가 2·4분기 11.5%로 반등에 성공한 중국과 비슷한 경로로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코로나19 진정세를 이어간다면 2·4분기를 바닥으로 하고 3·4분기에 상당 부분 반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주요국이 코로나19 재확산에도 경기 위축을 우려해 봉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있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2·4분기에 급반등했기 때문에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3·4분기에 반등하더라도 코로나19 충격의 기저효과일 뿐 경기침체 상태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경기침체가 있었기 때문에 하반기에 반등하더라도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며 “기본적인 경제체질을 바꾸지 않는 한 침체기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