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종이 넘는 희귀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변이를 사람이 일일이 판별해낼 수 없지만 인공지능(AI)은 가능합니다. 원인불명의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이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진단받을 수 있는 길이 조만간 열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유전자분석기술 스타트업 쓰리빌리언의 금창원(39·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의사의 최종진단에 필요한 희귀질환 판별 과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어 AI 유전자진단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쓰리빌리언이 자체 개발해 지난해 초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진단 서비스는 한 번의 유전자 검사만으로 7,000여종의 희귀유전질환 여부를 판별한다. 한 사람의 질병 관련 유전자 2만여개에서 나오는 유전변이만 10만개 정도인데 AI가 학습한 기존의 환자 질병 데이터와 비교해 이 가운데 한두 개의 희귀질환 유전변이를 찾아내는 것이다.
금 대표는 “사람이 한 환자의 유전변이를 해석하는 데만 20~40시간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쓰리빌리언 AI 는 생성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5분 정도만 소요되고 비용도 사람이 하는 것의 95%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쓰리빌리언의 분석은 의사가 최종 진단을 내리는 데 사용된다. 병원에서 환자의 피·침 등 검체 데이터를 쓰리빌리언에 보내면 AI가 희귀질환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보고 의사가 최종 진단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5,300여명의 환자 유전자를 분석했으며 의사가 희귀질환으로 동의한 비율은 95%에 이른다. 이렇게 쓰리빌리언이 분석·제공하는 병원은 국내 대형병원 등 15곳을 포함해 전 세계 16개국 42곳에 달한다.
금 대표는 “올해 3·4분기까지 환자 수가 8,000명에 이를 것”이라며 “특히 희귀질환 유전변이를 찾아내는 진단 성공률은 50% 이상으로 미국·유럽 진단업체들을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석비용을 낮추는 노력을 통해 앞으로 보험 적용을 받는다면 환자가 50만원 이하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자 데이터 확보는 금 대표의 올해 과제 중 하나다. 그는 “AI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데이터 싸움인데 전 세계적으로 희귀질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연내 1만명의 데이터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전산생물학을 전공한 금 대표는 바이오와 AI 를 모두 다루는 엔지니어다. 2015년 유전자분석기업 마크로젠에 입사해 임상유전학팀을 이끈 그는 미래의 유전자 데이터 플랫폼 비즈니스의 시장성을 간파하고 이듬해 마크로젠에서 분사(스핀오프)한 후 쓰리빌리언을 세웠다.
그는 데이터 축적을 통한 신약개발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특정질병에 작용하는 약품을 딥러닝으로 발굴하고 검증할 수 있다”며 “희귀질환 진단부터 치료제까지 아우르는 제약회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