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미술품 경매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일제 시대 때지만, 체계적인 경매회사가 등장해 자리 잡은 지는 20년 남짓이다. 세계화가 한창일 때 유입된 경매 용어의 대부분은 별도의 우리말 순화 과정 없이 외국어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술경매 회사들의 사명이 ‘○○옥션’ 일색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부동산, 곡물, 수산물 등 여타 분야의 경매와 다른, 미술품 경매라는 것을 ‘구별’해 주기 위해 굳이 외국어를 더 많이 쓰는 경향도 없지 않다.
지난 1998년 첫 경매를 시작한 국내 최초의 미술경매회사이자 최대 규모의 경매사인 서울옥션(063170)은 이처럼 외국어 일색인 경매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옥션은 홍콩법인을 두고 있어 한국미술에 관심 있는 외국인 고객도 상당하고 해외에서 직접 경매를 진행하기도 해 영어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적어도 국내 경매에서는 우리말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앞의 문장의 사례는 “입찰이 상당할 것 같은 작품이었는데 출품 취소됐습니다” 식으로 바꿔쓴다. 출품작에 매기는 번호를 뜻하는 롯트(lot)는 ‘출품번호’로 고쳐 쓰는 중이다. 경매사가 낙찰됐음을 알리기 위해 내려치는 해머(hammer)는 ‘낙찰봉’이라 부른다. 경매 현장에 참석한 입찰자가 응찰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들어 올리는 패들(paddle)은 ‘응찰 번호판’ 혹은 ‘번호판’으로 순화했다. 이외에도 최종 낙찰에 실패한 차순위 가격 응찰자를 지칭하는 언더비더(underbidder)의 대체어를 모색하는 등 언어 순화를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서울옥션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