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文정부, 국민연금 고갈 위기에도 재정대책 '나몰라라'... 감사원 "계획 세워라"

■복지부·국민연금공단 감사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 부담에 계속 미뤄

기금운용 비용 등 계산 안해 300조원 이상 덜 쌓여

기업 임원 선임 때도 내부기준과 달리 의결권 행사

여권의 감사원장 흔들기 중 정부 아픈 곳 찌른 셈

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



오는 2050년대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번지는 와중에도 정부가 이에 대한 재정대책을 전혀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목표를 세울 경우 보험료율을 급격히 올려야 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재정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탈원전 감사와 관련해 최재형 감사원장이 여권의 집중포화를 맞는 상황에서 감사원이 공교롭게도 정부의 아픈 구석을 곧바로 찌른 모양새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감사원이 30일 공개한 ‘국민연금 관리실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국회에 제출한 제4차 종합운영계획에서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정목표를 설정하지도 않고 이후에도 이를 설정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복지부는 2003년 제1차 계획을 수립할 때만 해도 보험료율·급여조정 방안을 제시했으나 2008년 제2차, 2013년 제3차 계획 때도 잇따라 재정목표 설정을 미룬 바 있다.

감사원은 또 복지부가 2018~2056년 국민연금 적립금을 추산하면서 기금운용 관련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이를 포함할 경우 향후 38년간 국민연금이 234조원가량 덜 쌓일 것이라는 추정이다. 아울러 관리운영비와 출산장려제도 관련 국고부담률도 잘못 계산돼 실제로는 오는 2088년까지 109조원이 덜 적립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를 감안하면 국민연금 소진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는데 복지부가 너무 낙관했다는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은 기업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배당금 지급의 ‘과소’ 기준만 마련하고 ‘과다’ 기준은 마련하지 않은 채 ‘찬성’ 판단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기업 사내·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국가기관이 해당 후보자를 기업가치 훼손 등의 이력이 있는 자로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런 사람’으로 판단해 내부 기준을 뒤엎고 ‘반대’한 사례도 있었다. 공단은 같은 인물을 두고도 2016년에는 A사 이사 선임에 찬성했다가 2019년에는 B사 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등 일관성 없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감사원은 공단이 2018년 11월 위탁운용사의 실적 저조 등을 이유로 1조5,143억원의 자금을 주식으로 회수해 다른 운용사에 배분하면서 운용전략에 맞지 않는 저유동성 주식 169개 종목, 4,129억원을 그대로 배분한 사례도 찾아냈다. 그 결과 해당 운용사는 5영업일 동안 저유동성 주식 1,288억원 상당을 단기 매도해 국내 주식시장에 충격을 줬다. 법령 미비를 이유로 공단에서 감봉 등의 제재 조치를 받은 6명의 기금운용직 임직원이 퇴직 후 아무런 제한 없이 금융회사 임원으로 재취업한 부분도 시정해야 될 지점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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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지난해 11월25일부터 12월13일까지 복지부·국민연금공단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시행했다. 감사원은 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에게 이번 감사 결과를 향후 제도 개선 등에 반영해달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736조7,000억원의 기금을 적립했으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2050년 중·후반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2018년에는 기금 운용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국민적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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