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재단이 재산을 처분해 별도의 재단을 신설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A 복지재단이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낸 기본재산처분허가신청 불허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재단은 작고한 기업 회장 강모씨가 2002년 불우이웃을 도울 목적으로 한 지상파 방송사에 재산을 기부해 운영돼왔다. A 재단은 노인복지재단을 신설하기로 하고 지난해 5월 임시이사회에서 법인 재산 70억원을 새로 창립할 재단에 증여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재산 처분을 거절했다. 서울시는 아직 설립되지 않은 법인에 재산을 증여하려는 A 재단의 재산 처분은 증여 대상자가 없고, 사실상 법인을 분할하겠다는 뜻으로 현행법상 비영리법인의 분할에 관한 규정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봤다. 또 기본재산이 줄어 A 재단의 본래 사업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도 판단했다.
반면 A 재단 측은 기본재산 처분이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적법하게 의결된 만큼 절차상 하자가 없고 재산 일부를 출연해 다른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현행법상 허용된다고 반박했다. A 재단은 고(故) 강씨가 재산을 출연할 때 “양로원을 설립하고 불우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며 노인복지시설 건립을 위해 신설 법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재단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회복지법인이 장차 설립할 법인에 대한 재산 출연을 사전에 허가했다가 법인설립이 불허되거나 추후 설립 허가가 취소되면 자칫 기본재산의 무단유출로 이어져 (기존) 사회복지법인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A 재단이 정관을 변경해 직접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없음에도 별도의 신설 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것은 사실상의 분할 법인에 해당해 비영리법인인 A 재단으로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시설을 세우는 것이 고 강씨의 의사에 부합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대로 망인이 양로원 등 노인복지시설 설비를 위해 재산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