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다음 대회에 메이저 승수 추가를 위해 갈고닦을 일이 많습니다.”
우승상금이 무려 21억원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대회를 3일(이하 한국시간) 제패한 저스틴 토머스(27·미국)는 “지금 이 순간 마냥 행복하다”면서도 “이 기쁨은 오늘 하루 누리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특급 대회인 WGC 페덱스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을 마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6일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일정에 들어간다. 페덱스 세인트주드 대회 상금(총 1,050만달러)도 엄청난데 PGA 챔피언십에는 그보다 50만달러 많은 1,100만달러가 걸려 있다.
세계랭킹 3위였던 토머스는 세계 1위로 올라서 PGA 챔피언십을 맞는다. 지난 2018년 5월에 생애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한 뒤 두 번째 1위 등극이다. 23세의 타이거 우즈(미국), 25세의 잭 니클라우스(미국)에 이어 PGA 투어 최연소 통산 13승 역대 3위(27세) 기록을 쓴 토머스는 빛나는 트로피를 안고 메이저 2승 도전에 나선다. 메이저 첫 승 무대가 바로 2017년 PGA 챔피언십이었다.
이날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사우스윈드TPC(파70)에서 열린 페덱스 세인트주드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토머스는 전 세계 1위이자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브룩스 켑카(미국)와 정상을 다퉜다. 선두에 4타 뒤진 5위로 출발했지만 부지런히 버디를 쌓아 전반 마지막 홀에서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세 홀을 남기고는 바로 뒤 조의 켑카와 둘이서 공동 1위가 됐다. 이어 16~18번홀에서 켑카가 보기-버디-더블 보기로 2타를 잃은 반면 토머스는 버디-파-파로 1타를 줄여 시즌 3승째를 완성했다. 시즌 성적 누계인 페덱스컵과 상금순위 모두 토머스가 1위다.
토머스는 15번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잘못 갔지만 오히려 그린 앞 개울을 건너 홀 50야드 지점에 떨어지는 행운을 안았다. 손쉽게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에 복귀한 그는 16번홀(파5) 티샷을 이번에는 완전히 오른쪽으로 보내고도 64야드 어프로치 샷을 홀 1m 안쪽에 붙여 연속 버디를 낚았다. 켑카는 16번홀에서 42야드 어프로치 샷을 얇게 치는 바람에 그린을 훌쩍 넘긴 끝에 보기를 범했다. 쇼트게임 정확도에서 승부가 갈린 셈이다. 켑카는 1타 차 2위로 맞은 18번홀(파4)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추격 의지가 꺾였다. 버디 6개와 보기 하나로 5타를 줄인 토머스는 최종합계 13언더파, 1타를 줄인 켑카는 10언더파 공동 2위로 마쳤다. 50세 필 미컬슨(미국)도 2위다. 2017년까지 25년간이나 미컬슨과 함께했던 캐디 짐 매케이(미국)가 이번에는 토머스와 우승을 합작했다. 공교롭게도 토머스와 미컬슨은 이날 같은 조로 경기했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단독 2위에 올라 PGA 투어 첫 우승 기대를 높였던 안병훈은 챔피언 조에서 3타를 잃어 8언더파 공동 12위로 마쳤다. 공동 12위 상금도 약 2억원이다. 임성재는 3언더파 공동 35위, 3라운드 선두 브렌던 토드(미국)는 7언더파 공동 15위다.
토머스가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무장하고 2018·2019년 PGA 챔피언십 연속 우승자인 켑카는 최근 부진을 끊고 ‘폼’을 회복하면서 PGA 챔피언십 트로피 쟁탈전은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다. 코로나 휴식기 이후 5개 대회에서 톱10 진입이 없는 세계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세계 1위에서 2주 만에 2위로 내려간 욘 람(스페인) 등도 시즌 첫 메이저 타이틀을 벼른다. 무엇보다 우즈가 지난달 20일 메모리얼 토너먼트(공동 40위) 이후 약 2주 만에 돌아온다. 지난달 군산CC 오픈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쓴 18세 김주형도 특별초청으로 출전한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한 김주형은 롤모델인 임성재와 연습 라운드를 함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