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계 기업 틱톡 인수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MS)든 다른 기업이든 오는 9월15일 이전에 거래를 마무리 짓지 않을 경우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이익을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며 대가를 요구하는 장사꾼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중국은 ‘절도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의 틱톡 인수를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틱톡 인수 시 미 재무부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이 되기 전 부동산 디벨로퍼였던 그는 미국 정부와 MS와의 관계를 임대인과 임차인에 비유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MS는 거래 시 ‘키머니(권리금)를 내야 한다”며 “미국 정부 없이 MS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틱톡은 훌륭한 자산이지만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미국에서 가치가 없다”며 미국 정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언제 돌변하지 모를 트럼프 대통령의 장사꾼 속내에 MS도 즉각 화답했다. MS 측은 “보안검토를 철저히 거쳐 틱톡을 인수하고 미국 정부에 적절한 금액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거래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대가를 요구하면서 미국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자체는 어느 정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없었다면 틱톡이 미국 사업 매각을 검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에 미국인들의 개인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넘겨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압박을 가했고 이에 못 이겨 틱톡이 매물로 나오면서 MS는 유리한 위치에서 인수협상을 벌일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가가 권한을 이용해 외국 기업 매각에 관여했다는 비판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WSJ 는“MS가 틱톡 인수 대가를 미국 정부에 줄 경우 규제를 통해 외국 기업을 압류하는 사례로 남게 될 것이며 미국 기업들도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실제로 MS가 미국 정부에 거래 대가를 지불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논란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권리금 지불 요구와 함께 틱톡 측의 빠른 매각이 필요하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5일까지 거래를 마치지 못할 경우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MS든 다른 미국 기업이든 상관없다”며 “9월15일까지 인수를 완료하지 못하면 틱톡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30%를 사는 것은 복잡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지분이 아닌 전체 지분 인수를 매각조건으로 콕 집어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에서 “MS의 틱톡 인수는 절도행위로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중국 정부에도 대응할 방법이 많다”고 밝혀 보복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MS가 인수를 추진하는 틱톡 미국사업부는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호주·뉴질랜드까지 포함하고 있어 정확한 매각가를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거론되는 인수금액이 150억~300억달러 수준이라면서 “틱톡의 불확실한 전망과 정치적 압박 때문에 인수예상 금액 상단과 하단의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