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08679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가 2·4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비은행 부문이 성장세를 이어간 영향이 컸다. 증권가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코로나19발 경기 위축에도 8%대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지배주주 지분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으로 1조3,4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75% 늘어난 수치다. 2·4분기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난 6,876억원을 지배주주 지분 당기순이익으로 거두면서 증권가 전망치 평균을 18.4% 웃돌았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선제적 충당금 추가 적립에도 불구하고 8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호조를 이끈 것은 비은행 부문이었다. 특히 증권 자회사인 하나금융투자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공이 컸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2·4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39.25% 늘어난 1,257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순이익 1,200억원을 돌파했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에서 수익을 늘린 가운데 투자은행(IB) 부문에서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도 성장했다. 예컨대 하나카드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3.9% 증가한 653억원으로 나타났으며 하나캐피탈은 78.7% 늘어난 841억원을 당기순이익으로 거둬들였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5%에서 올해 상반기 30.3%로 늘어났다.
은행 부문도 선방했다.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3.5% 늘어난 1조736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데다 주식 매매 평가익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기준금리가 75bp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지주의 그룹 기준 NIM은 1·4분기의 1.62%가 유지됐으며 은행 기준 NIM도 2bp 하락하는 데 그쳤다”며 “NIM 선방 요인은 핵심 예금 증가에 따른 조달금리 감소와 대출 포트폴리오 효율화”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하반기 경영 여건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비해 대출 성장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기준금리 인하로 지속적인 마진 하락세를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코로나19 및 사모펀드와 관련해 각각 1,655억원, 1,185억원씩 충당금을 쌓았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지주의 ROE가 8%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 부문에서 NIM 하락을 꾸준히 막아내는 가운데 증권 등 비은행이 계속 호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ROE 전망치로 NH투자증권은 8.2%를, IBK투자증권은 8.1%를 제시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ROE는 8.8~9.0%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나금융지주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