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150만 비건 입맛 잡아라"…채식 차리는 식품업계

국내 채식주의자 10년새 10배 쑥

'까다로운 소수'서 트렌드 급부상

라면부터 만두에 아이스크림까지

비건인증 획득·상품출시 잇따라

ㅇ



국내 채식주의자가 150만명을 넘어서면서 비건(vegan)이 식품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비건 식품은 물론 ‘좁은 문’으로 통하는 비건 인증을 받은 상품도 속속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비건은 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철저하고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웰빙과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식품업계에서도 비건이 이제는 까다로운 소수가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로 급부상 중이다.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은 최근 식음료 제품 3종에 대해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정식품에서 최초의 비건 인증이다.


◇ ‘좁은문’ 비건 인증 속속=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 수는 지난해 기준 150만 명 내외다. 2008년 15만명에 불과하던 채식인구가 10년 만에 10배나 증가했다.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은 식품업계에서 깐깐한 시험으로 통한다. 한국비건인증원은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 프랑스 이브사와 달리 우리나라가 직접 설립한 최초 인증기간이다. 한국비건인증원 비건 인증은 단순히 동물성 재료 여부가 아닌 동물 유래 원자재, 생산 공정 중 교차 오염까지 감독하고 있어 업계에서 까다롭기도 유명하다.

이번에 비건 인증을 받은 정식품 제품은 열아홉 가지 채소 및 과일즙 100%를 담은 과채주스 라인 ‘건강담은 야채가득 V19’, ‘건강담은 야채과일 V19’ 2종과 64가지 100% 국내산 농산물로 만든 생식 제품 ‘리얼 자연담은 한끼생식’ 등이다. 정식품 관계자는 “제조·가공·조리 과정에서 동물성 원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동물 실험과 연구까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준비 과정만 6개월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유제품이 필수인 아이스크림까지도 비건 제품이 인기다. 롯데제과는 지난 5월 출시한 나뚜루 비건 아이스크림은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7만 개를 돌파했다. 나뚜루 비건 아이스크림은 국내 최초의 비건 인증 아이스크림으로 화제가 됐다. 순식물성 원료만 사용해 까다로운 한국비건인증원의 동물성 DNA 검사도 통과했다. 롯데제과는 “출시 두 달 만에 연간 목표였던 6만개를 돌파하며 기대를 웃도는 판매 추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비건라면·만두·아이스크림까지…커지는 비건 시장=최근 비건 제품의 인기는 맛에 있다. 업체들이 비건 제품의 맛을 끌어올리면서 비건은 ‘건강을 위해 맛없는 것을 참고 먹는다’는 고정관념도 깨졌다. 비건을 위한 식품이 라면은 물론, 만두, 볶음밥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채식 비건 라면 ‘채황’을 출시하며 비건 시장을 연 오뚜기는 최근 ‘그린가든 만두’ ‘그린가든 카레볶음밥’ ‘그린가든 모닝글로리볶음밥’을 출시했다. 그린가든 만두는 10가지 채소를 사용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린가든 카레볶음밥은 그린빈·물밤·홍피망·당근·양파·대파·마늘 등 7가지 채소와 순카레의 깊은 맛이 어우러진 제품이다. 그린가든 모닝글로리볶음밥은 공심채·양배추·대파·양파·당근·부추·마늘 등 7가지의 채소를 사용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간편하고 맛있게 채식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 스무디킹은 달걀과 우유,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두유와 카놀라유 등 순식물성 재료만으로 만든 비건 베이커리를 선보였다.

동물성 못지않은 식물성 단백질도 인기다. 롯데푸드가 지난해 4월 내놓은 ‘제로미트’는 너겟, 크로켓에 이어 지난달에는 함박스테이크 2종을 선보였다. 지금까지의 ‘베지너겟’과 ‘베지까스’ 2종 판매량만 약 6만개 달한다. 동원F&B도 미국에서 수입하는 식물성 대체육 ‘비욘드미트’를 대형마트에 입점했다. 이마트가 전국 21개 점에서 운영하는 ‘채식주의존’에 제품이 깔렸다.

비건 시장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비건 제품은 그동안 건강을 위해 맛은 포기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비건의 맛까지 업그레이드 되면서 비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존에는 비건의 영역이 아니었던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가정간편식(HMR)까지 비건이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