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외부 사무실을 갖추고 직책과 역할을 분담해서 중고차 허위 매물 사기를 저지른 이들에 대해 대법원이 형법상 범죄집단으로 판단했다. 형법이 개정되면서 ‘범죄집단’ 개념이 도입된 이래 판단 기준을 대법원이 제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전모씨 등 22명의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씨 등은 지난 외부 사무실을 꾸민 후 대표·팀장·딜러 등 직책과 역할을 분담한 다음 ‘뜯플’, ‘쌩플’ 등의 수법으로 중고차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 등은 지난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인천 송림동에 중고차 매매업 사무실을 차린 다음 중고차 구매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중고차 매매계약을 맺은 다음 차량에 하자가 있거나 추가로 낼 대금이 있는 것처럼 속여서 계약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대신 다른 차량을 소개하며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팔았다.
인천지검은 2018년 이들을 기소하며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모두 범죄단체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 114조에 규정한 범죄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들을 범죄단체로는 볼 수 없지만 검찰이 2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 혐의를 인정했다. 형법 114조는 범죄집단을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춘 계속적인 결합체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범죄집단에 대해 “범죄단체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직원 수와 직책 및 역할 분담, 범행수법, 수익분배 구조 등을 보면 구성원들이 대표·팀장·출동조·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했으며, 형법상 범죄집단이란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