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그룹이 모트롤BG 사업부 매각을 두고 장고(長考)에 빠졌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해외 사모펀드(PEF)에 팔자니 방위산업 부문 분리매각이 걸림돌이다. 국내 PEF가 제시한 가격은 당초 예상했던 매각가보다 낮다. 이에 따라 두산이 내릴 선택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 측은 지난달 20일 모트롤BG 사업부 매각 본입찰 이후 국내 PEF인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미국계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PE)를 최종 인수후보군으로 선정했지만 한 달째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각가격 때문이다. 두산그룹 측이 원하는 희망 매각가격은 5,000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모트롤BG 사업부의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 500억원가량의 10배 수준이다. 모건스탠리PE는 두산그룹 측이 희망했던 것에 근접한 가격을 인수제안서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은 상각전 영업이익의 8~9배가량인 4,000억원 초반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만 놓고 보면 모건스탠리PE가 고지를 선점한 것처럼 보이지만 장애물이 있다. 모트롤BG는 매출의 25%가량을 방산 부문에서 올리고 있어 해외 매각을 선택할 경우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본입찰 이후 두산이 꾸준히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문을 두드려 매각 관련 문의를 해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방산 부문 분리매각은 현실성이 낮다. 한 생산라인에서 다품종을 생산하는 기계산업의 특성상 물리적으로 사업 부문을 분리해내는 게 쉽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MBK파트너스가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공작기계다. 국가핵심기술인 ‘고정밀 5축 머시닝센터의 설계 및 제조기술’로 만든 제품으로 전체의 3%가량 매출을 올리는 두산공작기계 역시 해외 매각을 위해서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매각에 나섰지만 국가핵심기술 부문 분리매각이 여의치 않아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해외매각 성사 여부가 정부 손에 달린 셈이다. 산업부는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두산그룹이 공식적으로 매각 승인을 신청해야 해당 사안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 측도 늦어도 이달 내에는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