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비수도권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전국 대유행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한 첫날인 23일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에 육박하고 감염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환자 비율도 20%를 넘어서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집단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도시린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거리두기를 3단계 격상해야 확산세를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정부는 ‘엄중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일단 이번주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아직 거리두기 3단계를 결정하는 여러 지표를 완전히 충족하지는 않았지만, 연일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는 추세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최근 사흘간 300명대를 기록했다. 집단감염이 본격화된 지난 14일 이후 열흘간 누적 확진자는 2,629명에 달한다. 전국 대유행 조짐에 방역당국은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할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분간은 확진자 숫자가 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유행의 양상과 규모, 그리고 확대되는 속도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3단계 적용에 대한 필요성을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경우 초기에는 교회, 방문판매업체, 유흥시설 등 기존의 집단감염 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속출했지만, 최근에는 여름철 바캉스 모임, 극단, 커피전문점 등 다양한 곳에서 집단발병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거리두기 단계를 결정짓는 일일 확진자 수(최근 2주간 지역발생)와 감염경로 불명 사례 비율 등의 지표는 이미 3단계 기준에 해당하거나 임박했다. 최근 2주간(10∼23일) 지역발생 확진자는 총 2,625명으로, 일평균 187.5명을 기록했다. 이는 3단계 기준 중 하나인 ‘100∼200명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만 1주일에 2회 이상 일일 확진자 수가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은 충족하지 않았다. 또 다른 3단계 기준인 관리 중인 집단발생 현황의 급격한 증가 역시 확인되는 모습이다.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최근 2주간 새로 확인된 집단감염 사례는 30건으로, 직전 2주(9건)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정부는 현재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전국적인 확산 흐름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 397명 가운데 100명이 비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지난 5월 초 시작된 수도권 집단감염 이후 비수도권 확진자가 100명 선에 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감염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중환자가 덩달아 속출하고 있는 것도 의료체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위증·중증환자는 지난 18일 이후 일별로 9명→12명→12명→18명→25명→30명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감염경로 불명 사례 비율은 지난달 초부터 이달 초까지는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전날 20%를 돌파하며 껑충 뛰었다. 특히 최근 2주간 비율을 보면 9일 9.2%에서 22일에는 20.2%로 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3단계 기준의 ‘급격한 증가’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이날은 16.2%로 다소 낮아졌다.
정부는 다만 3단계 격상은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이날부터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에 시행된 만큼 일주일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3단계 격상에 신중한 이유는 사회·경제활동에 큰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만약 이번 한 주간 지금의 확산 추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방역당국으로서 3단계로의 격상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영래 전략기획반장은 “금주까지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감염병 전문가들은 조기에 감염 확산세를 잡고 일상 생활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3단계 격상이 시급하다고 경고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를 짧고 굵게 3단계로 올려야 한다”며 “양성률, 환자분포, 깜깜이 비율 등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선제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고 빨리 (확진자 수를) 줄인 다음에 서서히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역시 “결정을 신속하게 못 하면 파고가 길어질 수 있다”며 “악화한 상황이 오래가면 경제에 더 타격이 된다. 강력하게 올리고 나서 빨리 회복시키는 것이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