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부, 호주·동남아 잇는 '디지털 무역동맹' 시동

韓 중심 중견국 디지털 블록 추진

美 국제표준 나서자 빠르게 대응

2415A06 중견국디지털블록전략



정부가 호주와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디지털 무역 동맹을 추진한다. 미국이 자국에 유리한 디지털 통상 질서를 국제 표준으로 추진하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호주·뉴질랜드와 디지털 통상 협정을 조만간 체결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필리핀과도 디지털 분야 양자협정을 맺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필리핀을 교두보 삼아 동남아시아 내 다른 국가들과도 디지털 통합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이 자국 중심의 디지털 통상 질서를 국제 규범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면서 “향후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호주, 동남아 국가가 참여하는 ‘중견국 디지털 블록’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디지털 통상 협정은 국가 간 데이터 유통의 자유화 수준을 규정하게 된다. 해외 기업이 진출한 나라에서 생성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해도 되는지,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의 클라우드 등 데이터 저장장치로 수집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해 정하게 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서비스 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기본 규칙이 제정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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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역내 디지털 동맹을 서두르는 것은 미국이 자국에 유리한 디지털 규범을 표준으로 삼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일본과 디지털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금융 등 이동 장벽이 높은 데이터의 왕래도 자유화했으며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통해서도 데이터 개방 폭을 과감하게 넓히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설계한 표준에 따라 개방 폭을 급격하게 확대하면 국내 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점진적 개방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그간 해외 데이터 이동을 제한해왔기 때문에 갑자기 문턱을 낮추면 경쟁력을 갖춘 외국 기업만 득을 볼 수 있다”면서 “국내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선진국과 디지털 통상 협정을 맺기 전 중견국과 교류를 늘려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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